"우린 에르메스급"…'명품족' 인내력 시험하는 샤넬, 또 오른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인기 핸드백과 주얼리 가격을 5% 이상 인상한다. 샤넬의 가격 인상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3개월 만이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운데 유독 샤넬의 가격 인상 속도가 가파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의 버킨백 기본모델 가격 15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샤넬 핸드백 가격이 에르메스의 턱밑까지 다가갔다.

2일 패션업계와 해외 명품 커뮤니티 펄스 밥(PuresBop)에· 따르면 3일부터 샤넬의 대부분 핸드백 가격이 오른다. 인기 모델인 클래식 스몰 플랩백 가격은 지난해 대비 6.2% 올려 7725유로(1036만원)로 책정했다. 클래식 미듐 플랩백 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5.5% 인상해 8275유로(1110만원)로 판매한다. 클래식 점보 플랩백 가격은 작년 대비 5.6% 올려 8900유로(1200만원)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제품 가격이 대부분 5~6% 인상되는 셈이다. 가격 인상 정책은 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샤넬 측은 “제작비와 원재료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정기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가격을 네 번 올리면서 국내 ‘명품족’의 충성도를 시험하고 있다. 샤넬의 가격 인상 폭은 다른 명품에 비교해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샤넬 스몰 플랩백의 경우 2019년 약 626만원에서 올해 1036만원으로 3년 동안 65% 상승했다.
"우린 에르메스급"…'명품족' 인내력 시험하는 샤넬, 또 오른다
패션업계에서는 샤넬의 가격 인상 정책을 ‘에르메스 따라하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부자를 위한 브랜드에서 ‘슈퍼 리치’를 위한 브랜드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이다. 샤넬은 지난해 검은색 색상의 핸드백 등 특정 제품에 대해 1년에 1개씩만 구매할 수 있는 구매제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상품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에르메스가 오래전부터 펼치고 있는 VIP확보 전략이다.

다만 이런 고가 전략에도 불구하고 샤넬의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픈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현상)’에도 불구하고 2020년 국내 매출은 9295억원으로 전년(1조638억원)보다 12.6% 줄어들었다. 샤넬 글로벌 매출도 같은 기간 14조 8251억원(123억달러)에서 12조 1735억원(101억달러)로 17% 감소했다. 패션업계에서는 보수적인 온라인 판매를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샤넬은 뷰티 제품과 선글라스를 제외하고 모든 제품을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롤렉스는 전화 예약제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샤넬은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