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6, 美 슈퍼볼 광고 대박…"신기술에 휴머니즘 담았다"
가게에 진열된 로봇 강아지 스폿은 창밖에서 진짜 개가 보호자와 함께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어느 날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를 본 스폿은 가게를 뛰쳐나간다. 자전거를 피하고 건물 옥상을 뛰어넘어 마침내 차를 향해 뛰어내리는 순간, 배터리가 방전돼 수명이 다한다. 그런데 눈을 뜨자 운전자가 보인다. 스폿을 EV6에 연결해 충전해준 것. 스폿은 그렇게 주인을 만난다.

EV6의 전원공급 기능을 강조한 기아 ‘로보독’ 광고는 2월 14일 열린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2022’에서 단연 화제가 된 광고다. 미국 종합일간지 USA투데이 설문에 따르면 이날 집행된 70여 개 광고 중 전체 선호도 4위, 자동차 부문 1위에 올랐다. 당일 기아 홈페이지에는 48만 명의 접속이 폭주했다.

‘쏘울’ ‘영웅의 여정’ 이은 세 번째 돌풍

미국 슈퍼볼 광고 70여 개 중 전체 선호도에서 4위를 차지한 기아 EV6 광고. 이노션 제공
미국 슈퍼볼 광고 70여 개 중 전체 선호도에서 4위를 차지한 기아 EV6 광고. 이노션 제공
로보독 열풍의 주역은 23년째 기아 미국 광고를 맡고 있는 D&G(데이비드 앤드 골리앗)다. 데이비드 안젤로 대표(사진)는 28일 서면인터뷰에서 “낯선 신기술도 휴머니즘의 힘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광고철학”이라고 말했다.

33년간 광고업계에 몸담아온 그는 1989년부터 DDB 뉴욕, TBWA 등 글로벌 광고대행사를 거쳤고 1999년 D&G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기아 미국 법인 광고 대행을 맡고 있다. 이노션은 D&G의 광고역량을 보고 2018년 인수를 결정했다. 안젤로 대표는 “처음 광고를 맡은 기아 모델은 스포티지와 세피아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며 “다른 브랜드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대신 소비자들의 감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쏘울 햄스터’ 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회고했다.

2009년 공개된 ‘쏘울 햄스터’는 힙합 복장의 햄스터들이 쏘울을 운전하는 광고로 조회수가 2000만 회를 넘었다. 수차례 시리즈로 제작됐고 세계 최고 권위 마케팅상 ‘에피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2017년 광고모델이 니로를 타고 멸종 위기의 코뿔소 등을 구하러 다니는 ‘영웅의 여정’ 광고는 칸 국제광고제 본상까지 받았다.

북미 시장에서 그가 내건 일관된 콘셉트는 ‘감성’이다. 차의 기능과 주행감을 강조하는 대신 차를 통해 힙(hip)과 정의감, 동물과의 유대 등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를 따뜻하게 소개하자”

로보독 광고의 성공 비결도 ‘기술에 담긴 휴머니즘’이었다. 전기차를 낯설어하는 소비자들의 감정을 인간과 가장 유대감이 깊은 개를 통해 친근함으로 치환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보유 인구가 전체의 3% 미만으로, 광고를 통해 전기차는 얼리어답터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제품으로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화제가 된 EV6 광고는 기아의 사회공헌활동(CSR)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고와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는 요청이 오자 안젤로 대표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지원하는 미국 업체 펫파인더를 소개해줬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입양된 개들 다수가 다시 보호소로 보내지고 있다”며 “기아와 함께 개들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증강현실 프로그램 등 여러 캠페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