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의 힘 덕분"…美 슈퍼볼서 '돌풍' 일으킨 기아 EV6 광고의 주역
가게에 진열된 로봇 강아지 스팟은 자신을 데려갈 주인을 기다린다. 창 밖에 진짜 개가 보호자와 함께하는 모습이 부럽다. 어느 날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를 탄 남자가 보인다. 가게를 박차고 나와 자전거를 피하고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남자를 쫓는다. 마침내 차를 향해 뛰어내리는 순간, 배터리가 방전돼 눈이 감긴다. 그런데 눈을 뜨자 남자가 보인다. 스팟을 EV6에 연결해 충전해준 것. 스팟은 그렇게 주인을 만난다.

EV6의 전원공급 기능을 보여준 기아 ‘로보독’ 광고는 지난달 14일 열린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이자 세계적인 광고무대 ‘슈퍼볼 2022’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종합일간지 USA투데이 설문에 따르면 이날 집행된 70여개 광고 중 전체 선호도 4위, 자동차 부문 1위에 올랐다. 당일 기아 홈페이지에는 48만명이 접속하며 구매 문의가 쏟아졌다.

로보독 열풍의 주역은 23년째 기아 미국 광고를 맡고 있는 이노션 자회사 D&G(데이비드 앤 골리앗)이다. “낯선 신기술도 휴머니즘의 힘으로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기아의 미국 인지도를 높인 데이빗 안젤로 D&G 대표의 광고 철학이다. 한국경제신문은 그와 지난 26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휴머니즘의 힘 덕분"…美 슈퍼볼서 '돌풍' 일으킨 기아 EV6 광고의 주역

‘쏘울 햄스터’·‘영웅의 여정’ 이은 세 번째 돌풍


D&G는 이노션이 2018년 인수한 광고대행사다. 대표인 안젤로는 33년간 광고업계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1989년부터 DDB 뉴욕, TBWA 등 글로벌 광고대행사를 거쳤고 1999년 D&G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기아 미국 법인 광고 대행을 맡고 있다.

기아가 미국에서 광고로 돌풍을 일으킨 건 로보독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공개된 ‘쏘울 햄스터’는 힙합 복장의 햄스터들이 쏘울을 운전하는 광고로 조회수가 2000만 회를 넘었다. 수 차례 시리즈로 제작됐고 세계 최고 권위 마케팅상 ‘에피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2017년 광고모델이 니로를 타고 멸종 위기의 코뿔소 등 세계를 구하러 다니는 ‘영웅의 여정’ 광고로 칸 국제광고제 본상을 받았다.

역대 기아 광고들의 공통점은 ‘감성’이다. 차의 기능과 주행감을 강조하는 대신 차를 통해 힙(hip)과 정의감, 동물과의 유대 등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구현했다. 후발주자였던 기아를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기기 위해서다. 그는 “처음 광고한 기아 모델은 스포티지와 세피아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며 “다른 브랜드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대신 소비자들의 감성에 다가갔고, ‘쏘울 햄스터’ 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회고했다.

“전기차를 따뜻하게 소개하자”

로보독 광고의 성공 비결도 ‘기술에 담긴 휴머니즘’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덕택이라는 게 안젤로 대표의 설명이다. 전기차를 낯설어하는 소비자들의 감정을 인간과 가장 유대감이 깊은 동물인 개를 통해 친근함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 보유 인구가 전체의 3% 미만으로, 광고를 통해 전기차를 얼리 어댑터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접근하기 쉬운 제품으로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기아도 동참했다. 안젤로 대표에 따르면 기아 측이 먼저 광고와 연계한 사회공헌(CSR) 활동을 하겠다고 D&G에 요청해왔다. D&G가 연결해준 곳은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지원하는 미국 업체 ‘펫파인더’다. 그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입양된 개들 다수가 다시 보호소로 보내지고 있다”며 “기아와 함께 개들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증강현실 프로그램 등 여러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휴머니즘의 힘 덕분"…美 슈퍼볼서 '돌풍' 일으킨 기아 EV6 광고의 주역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광고 시장도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이 보편화되고 SNS 등 창구가 다양해졌다. 동시에 평등과 다양성 존중, 동물보호 등 가치도 중요해졌다. 안젤로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광고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명확하게 담아낸 광고’인 이유다.

“제품 뿐 아니라 모든 요소에 기업이 어떤 이들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명확히 담아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장기간 유대감을 이어가게 됩니다. 앞으로도 시대의 진화를 반영하며 사람들의 새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광고를 만들 겁니다.”

한편 이노션은 글로벌 광고 전문지 '캠페인 브리프 아시아'가 발표한 <2021년 가장 주목 받은 아시아 지역 광고회사> 순위에서 2년 연속 한국 1위로 선정됐다. 이노션 유럽법인도 독일 마케팅&광고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잡지인 'Horizont'가 선정한 독일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순위에서 7위를 기록, 처음으로 톱10 안에 드는 등 미국 외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도 차별화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