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국채를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인 대차(대여)거래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채 대차는 주식의 공매도와 같은 개념이다. 주식의 하락을 내다보고 공매도를 하는 것처럼 국채 가격하락(금리는 상승)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국채를 빌려 매각하고, 향후 저렴하게 사들여 되갚아 수익을 거두는 기법이다. 대차거래 잔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 금리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국채금리를 밀어올릴 변수로도 꼽힌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채 대차잔액 물량은 102조6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97조6156억원)과 비교해 4조9881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치인 지난달 21일(103조8875억원)에 근접했다. 한국은행 코로나19로 큰 폭 내린 기준금리를 다시 올린 시점인 지난해 8월 26일(87조7072억원)과 비교해 14조8965억원 불었다.
100조 돌파한 국채 대차잔액…시장금리 더 뛰나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국채 대차잔액 물량이 불어나면서 전체 채권 대차잔액 물량도 사상 최대치에 육박했다. 채권 대차잔액 물량은 지난달 21일 112조8618억원에 달했다.

기관투자가는 통상 차익거래 목적으로 국채 대차거래를 활용한다. 고평가된 국채현물을 빌려서 팔고 동시에 저평가된 국채선물을 사들인다. 향후에 빌린 국채를 되갚는 과정에서 무위험 차익거래 이익을 거둔다. 국채 대차잔액 거래가 불어난 것은 국채가격(국채금리)이 하락(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4일에 0.004%포인트 오른 연 2.347%를 기록해 2014년 9월 23일(연 2.35%)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선물 매도물량이 늘어나면서 국채선물이 상대적 저평가를 받는 것도 대차잔액 물량이 불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달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만8015계약(1조8015억원어치), 이달 1~15일에 2만7334계약(2조7334억원어치)을 각각 순매도했다.

국채 대차잔액이 사상 최대로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국채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대차잔액한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국채금리를 더 밀어올릴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