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가경정예산(추경) 증액 논의로 뛰는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를 사들일 계획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해 유동성 공급을 죄려는 한은이 국채 매입으로 유동성을 방출하는 모순된 정책을 펴는 모습이다. 물가 안정이 목표인 한은이 국채 매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되레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2%포인트 내린 연 2.345%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세로 마감했지만 전날에는 0.004%포인트 오른 연 2.347%로, 2014년 9월 23일(연 2.35%)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9월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2.25%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1.25%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뛰는 것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정치권의 추경 증액 움직임 때문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추경이 늘면서 국채가 더 쏟아질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당초 14조원 추경안을 위해 11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 계획을 세웠다. 추경 규모에 따라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30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금리 오름세를 꺾기 위해 이달 7일 국채 2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은의 국채 추가 단순 매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등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한은이 국채 매입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놓고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양적 축소를 하겠다고 한 것과도 대비된다.

한은의 유동성 공급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유동성 관리 등 한은의 거시적 대응 및 정부의 미시적 안정 조치로 기대인플레이션과 근원물가 안정적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과 정부가 물가 안정 노력과는 모순되는 ‘돈 풀기’에 나서면서 물가정책의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추경 논의 과정에서 한은이 국채 매입에 나서는 것을 놓고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중앙은행이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은 작년 1~2차 추경 논의가 나온 시점에 맞춰 6조원어치 국채를 사들인 바 있다. 추경 논의로 금리가 뛰는 이달에도 한은이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추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와 관련해 “국채 매입은 추경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금리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