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들 시세.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들 시세. 사진=뉴스1
2020~2021년 미국 중앙은행(Fed) 보유자산은 5600조원가량 불었다. 그만큼의 유동성을 시장에 쏟아냈다는 뜻이다. 유동성을 불쏘시개 삼아 모든 자산가격이 과열되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징후도 포착됐다. 하지만 올들어선 반대로 모든 자산가격이 폭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움츠러든 가계가 지갑을 닫고 실물경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600조 유동성 쏟아낸 Fed

25일 Fed에 따르면 지난 19일 Fed가 보유한 자산규모는 8조8678억달러(약 1경553조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말(4조1656억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넘게 불어난 금액이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 연 1.50~1.75%였던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낮춘 직후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한 결과다.

유로존(EU)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의 중앙은행도 비슷한 행보를 취했다. 홍수처럼 불어난 유동성은 증시와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며 가격을 밀어올렸지만 올들어 상황은 급반전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Fed가 오는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다. 올해 4차례 안팎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올 하반기에는 국채를 비롯한 보유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 긴축(QT)'에 나설 채비도 마쳤다.

긴축공포에 자산가격 줄줄이 하락

자산시장은 올들어 '긴축발작'을 보였다. 지난해 나란히 최고치를 여러 차례 갈아치운 미 나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전날까지 각각 11.4%, 6.6%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0.6% 뜀박질했다. 그만큼 달러 대비 원화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는 전날 연 2.112%에 마감해 작년 말과 비교해 0.314%포인트 상승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값 하락을 뜻한다. 3년 만기 국채(12월 10일 발행물 기준) 가격은 올들어 78원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폭락 장세다. 이날 오후 2시 4381만원을 기록해 올들어 24.3% 하락했다. 사상 최고가인 지난해 11월 9일(8270만원)과 비교해선 47.02% 내렸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세계 1만2600여개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서만 5950억달러(714조원)가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로는 1조3350억달러(1602조원) 증발했다. 최한결 고팍스 사업개발실 이사는 “긴축 여부에 따라 10% 이상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과열 양상을 보인 집값도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아파트 거래 2만2729건 가운데 이전 최고가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는 79.5%(1만868건)로 집계됐다.

씀씀이 옥죄나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투자를 옥죄는 '역자산효과' 조짐도 우려된다. 보유자산 가격이 빠지면 소비·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그만큼 지갑을 닫게 된다.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차입 여력도 줄고 그만큼 씀씀이도 감소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계·기업의 이자비용이 불어나는 흐름과 겹치면 실물경제 위축 흐름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주가와 소비심리는 통상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미국과 한국 가계가 보유한 자산의 주식 비중은 각각 53%, 23%에 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가 급락으로 민간소비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박진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