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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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최종 무산됐다. 조선업을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 중심에서 ‘빅2’ 체제로 재편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EU집행위원회는 13일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 경쟁담당 부위원장은 “두 회사 합병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져 선가 인상 등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NG선 시장 독과점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해결책을 두 회사가 제시하지 않아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83척의 LNG선 중 47척을 수주해 시장 점유율 56.6%를 차지했다.

다국적 기업 간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선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합병으로 인한 자국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EU의 결정도 합병 승인 시 LNG선박을 발주하는 역내 국가 선주사가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2019년 3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간 본계약 체결 당시 해외 경쟁당국 6곳의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EU의 불승인 결정이 거래 무산으로 이어진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날 “해외 경쟁당국에서 불허하는 경우 해당 회사는 기업결합 신청을 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인수합병 무산을 공식화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공동성명을 통해 “EU의 불승인 결정은 아쉽지만 조선산업 여건이 개선돼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우조선의 근본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 ‘민간 주인 찾기’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EU의 결정이 경쟁 촉진에 반해 철저히 자국 이익만 우선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일본과 중국 등 유효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독과점을 판단해선 안 된다”며 “EU 법원을 통한 시정 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정환/이지훈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