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서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국내 한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서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1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두 달 만에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우수고객(VIP) 대상으로는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샤넬의 '노세일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선 "지나친 차별 마케팅"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 11일부터 코코핸들(핸들 장식의 플랩백) 등의 가격을 10~17% 인상했다. 코코핸들 스몰 사이즈 가격은 560만원에서 619만원으로 10.6%, 미디움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으로 11% 올랐다. 비즈니스 어피니티 제품은 스몰 가격을 494만원에서 576만원으로 17%, 미디움은 522만원에서 605만원으로 16% 상향 조정됐다.

샤넬 측은 "제작비와 원재료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샤넬은 지난주 초부터 이월 시즌 품목에 대해 '마크다운(가격 할인)' 행사에 돌입했다. 인기 제품인 가방은 제외되지만 신발·의류·액세서리 등을 40~50%가량 할인 판매한다.

700만원 넘는 샤넬의 시그니처 제품인 트위드 재킷은 45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굽은 진주로 장식하고 발뒤꿈치 부분을 헐어 만든 뮬 형태의 구두는 원래 가격이 120만원가량이지만 70만원대까지 가격을 내려 팔았다. 앞 부분에 금장 장식이 붙은 135만원짜리 보이 뮬은 40% 할인한 81만원에 판매됐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연합뉴스
재고 정리 차원에서 세일을 하는 것 자체는 종종 있지만 샤넬의 경우 세일을 하면서 가격 인상을 동시에 단행했다. 이같은 샤넬의 마크다운 행사는 매년 두 차례 정도 진행되지만 일부 VIP 고객에게만 문자 등을 통해 사전 공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이 재고떨이 세일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도 지난 3일부터 VIP 대상으로 할인 행사에 들어갔는데 2~3일 만에 상당수 제품이 소진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6일부터는 일반 소비자도 세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초대받은 VIP 외에는 할인 여부를 알 수 없도록 매장에 고지문도 붙이지 않았다. 대부분 제품은 이미 VIP들에게 팔려 아주 크거나 작아 구매자를 찾기 어려운 의류나 신발 몇 점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일반 소비자가 할인 제품을 구매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구조다.

지난 12일 샤넬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매장 진열대는 이미 텅텅 비어 폐업을 준비하는 가게처럼 보이는 상태였다. 일반 고객은 할인 행사에 참여할 수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같은 샤넬의 할인 행사는 매장 입구부터 세일 행사 진행 여부나 할인율 등을 표시하는 다른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 업계에선 '샤넬은 노세일 브랜드'라는 한국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떨이 성격에 해당하는 할인 행사는 외부에 잘 알리지 않고 VIP에게만 혜택을 주고 일반 소비자에겐 줄을 세워 비싼 값에 물건을 파는 행태"라면서 "대표적인 차별 마케팅 양상"이라고 평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