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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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연내 10만달러 간다”고 예언하던 암호화폐 낙관론자들이 머쓱해지게 됐다. 올해 파죽지세로 치솟던 비트코인이 연말에 접어들며 뒷심이 쭉 빠진 모습이다. 5만달러 언저리에서 2021년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10만달러 간다더니"…비트코인의 배신?
비트코인은 30일 국내에서 5600만~5700만원대, 미국에서 4만6000~4만7000달러대에 거래됐다. 연초보단 70% 이상 올랐지만 지난달 초 역대 최고가(8270만원)에선 30% 넘게 빠졌다. 경제매체 CNBC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12월 암호화폐 가격 하락의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브라이언 켈리 BKCM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지(물가 상승에 따른 위험 회피) 수단으로 삼아온 대형 펀드들이 이달 들어 이익 실현에 나섰다”고 했다.

‘큰손’들이 고위험·고수익 자산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큰 암호화폐부터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과 미국 증시가 6월 이후 처음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변수에도 연일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S&P500지수와 달리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20% 넘게 빠졌다.

이더리움, 솔라나, 에이다, 리플, 폴카닷, 도지코인 등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도 한 달 새 15~20%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10만달러, 50만달러 등을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대부분 기관이 자산의 일정 비율을 암호화폐에 배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나온 말이었다.

개미들의 투자 열기도 주춤해졌다. 한때 40조원을 넘었던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최근 4조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대한 검색 관심도는 이번주 들어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문제는 단기 반등을 이끌 만한 호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 들어 비트코인은 테슬라의 결제수단 채택(2월),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4월),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10월) 등으로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돈줄 죄기’가 위험자산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를 허용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물 ETF에 줄줄이 퇴짜를 놓고 있다. 선물과 달리 민간 거래소를 통해 결정되는 가격 구조를 아직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물론 비트코인의 가치를 굳게 믿는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 가격 흐름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호들(HODL: 무조건 버틴다)’하면 결국 이긴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최대 2100만 개로 설계된 전체 발행량의 90%가 채굴돼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더리움을 0.01개 이상 보유한 지갑이 2029만 개로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암호화폐가 점차 대중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비트코인이 이미 ‘오를 만큼 올랐고’,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진 만큼 단기적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재학 다인인베스트 연구원은 “비트코인 선물에서 매수보다 매도 포지션이 많아 트레이더들은 하락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듯하다”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오미크론 확산 추이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