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속출할 판…'영끌' 집주인들 밤잠 설친다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하우스푸어(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 대란이 엄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유주택자의 대출금 상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방위서 빚을 내서 집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자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신용대출금리 연 5% 돌파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2021년 1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지난 1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3.51%를 기록했다. 2014년 7월(연 3.5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0.54%포인트 상승한 연 5.16%를 기록해 2014년 9월(연 5.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신용대출 상승폭은 2012년 9월(0.66%포인트) 이후 9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만큼 대출금리 상승흐름이 가파르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0.15%포인트 오른 연 3.61%로 집계됐다. 2018년 12월(연 3.61%) 후 가장 높다. 금리가 뜀박질 하는 것은 가계대출 지표가 되는 금리가 줄줄이 오름세를 보인 결과다. 은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평균 연 1.55%로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기 AAA급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평균 연 1.7%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에 따라 변동금리대출의 가산금리가 올랐고 보금자리론과 대출 지표금리가 오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뛰는 만큼 가계의 빚 부담도 폭증이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 기준)에서 변동금리 비중은 75.5%로 집계됐다. 2014년 4월(76.2%) 이후 최고치다. 시중에 풀린 가계대출의 4분의 3 가량이 금리상승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월급 절반으로 빚 갚는데...금리 또 오른다

최근 집값 상승세도 주춤해지면서 하우스푸어 대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2금융권 대출까지 조달해 집을 사들인 영끌족의 신용 리스크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 유주택자의 경우 소득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 등 차입금 상환에 쓰는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올 3분기에 9.1포인트 상승한 18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의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낸 것이다. 기준점인 100은 소득의 25%를 대출 상환에 쓴다는 뜻이며, 이 지수가 182라는 것은 매달 소득의 45.5%를 대출 원리금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월급의 절반을 대출금 갚는데 쓰는 빠듯한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뛰고 있다. 그만큼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분석도 늘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던 2005~2006년 급한 마음에 무리하게 대출로 집을 사들인 30~40대들을 중심으로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이들은 이자비용과 원리금을 갚고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텼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1년 하우스푸어가 100만~150만가구에 달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