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TV사업 대폭 축소한다는데…TCL 약진하나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파나소닉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린 TV사업을 전성기의 2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다. 세계 TV시장 3위인 중국 TCL이 파나소닉의 물량을 넘겨받기로 해 LG전자의 세계 2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산케이신문은 파나소닉이 중소형 TV를 TCL에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 보도했다. 파나소닉은 앞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수익성이 높은 내수시장용 고급 기종만 자체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9개였던 세계 생산거점을 내년 3월까지 말레이시아와 대만 2곳으로 줄인다.

사업구조 재편 이후 파나소닉의 연간 TV 생산량은 350만대에서 10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2010년 2000만대였던 생산량이 10년만에 5%로 줄어든다. 2005년 10%였던 세계시장 점유율이 현재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파나소닉의 물량을 대부분 넘겨받는 TCL은 2위 LG전자를 맹추격할 전망이다. 영국 조사회사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9%로 1위였다. 2위 LG전자는 11.5%, 3위 TCL은 10.7%였다.

파나소닉의 TV사업은 2019~2020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1952년 TV사업에 진출한 파나소닉은 2000년 플라즈마TV 개발에 주력했다. 패널부터 조립까지 일관생산 구조를 만드는데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액정TV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2012년에는 7000억엔(약 7조2544억원)의 적자를 내며 파나소닉 몰락의 원인이 됐다. 설계와 부품생산, 조립을 여러 기업이 나눠서 만드는 수평분업형으로 전환도 늦어져 이미 경쟁력을 회복하기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바의 마지막 교두보인 일본 시장에서는 도시바의 TV사업부를 인수한 중국 하이센스와 일본 중견기업인 아이리스오야마가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파나소닉이 TV사업을 완전히 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나소닉의 일본 TV시장 점유율은 12.6%로 샤프(23.5%), 소니(17.6%), 하이센스(17.5%)에 이어 4위다.

1990년대까지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일본 전자 대기업들이 차례로 TV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순수 일본 기업으로는 소니와 파나소닉만 TV를 자체생산한다. 샤프는 2016년 대만 폭스콘에 매각됐고, 1965년 일본 최초의 컬러TV를 개발한 도시바도 2018년 TV사업부를 하이센스에 팔았다.

히타치는 2018년 TV생산을 중단했고, 미쓰비시전기도 지난달 2일 TV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