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맥심·카누, 마케팅이 신의 한수…브랜드 체험공간에 소비자 열광"
동서식품은 식품업계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통한다. ‘커피는 맥심’이라는 다섯 글자의 광고 문구는 맥심을 커피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란 카누의 슬로건은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세상에 없던 제품을 소비자에게 단숨에 이해시켰다.

동서식품은 마케팅이란 개념조차 희미하던 40여 년 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장조사과를 설치해 소비자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짰다. 김광수 동서식품 마케팅부사장(62·사진)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서식품의 마케팅 목적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대화하며 친밀한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요.

“동서식품 마케팅의 시작은 소비자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놓기 위해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탐구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동서식품은 40년 전 소비자를 파악하고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시장조사과를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 조직으로 편성했습니다. 한국리서치, 한국갤럽 등 시장조사기업들과 협업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장조사가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만 당시만 해도 공급자 중심의 시각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놓던 시절이었습니다. PM(product manager)이라는 제도도 선제 도입했습니다. PM제도는 한 사람의 마케팅 담당자가 제품 기획에서 광고, 유통, 생산까지 전 분야를 총괄·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마케팅이라는 개념 자체가 미미하던 시절부터 동서식품은 소비자 지향 마케팅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동서식품은 ‘톱스타 마케팅’으로 유명합니다.

“‘톱스타 마케팅’은 맥심 브랜드가 지난 40년간 부동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모델이 주는 호감도와 좋은 제품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동서식품은 한 모델과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전략을 추구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모델과 브랜드를 연결해 인지하게 됐습니다. ‘공유 커피’(카누), ‘이나영 커피’(모카골드)처럼 말이죠.”

▷맥심은 너무 대중적인 상품이라 오히려 마케팅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맥심 브랜드는 국내에 출시된 지 40년이 넘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수 브랜드입니다. 국내에 맥심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은 TV 광고를 비롯해 꾸준히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마케팅은 단순히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이 아니라 소비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맥심을 친구처럼 여기게 만드는 게 우리 임무이자 목표입니다.”

▷카누를 시장에 처음 내놓을 땐 어떤 전략을 썼나요.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세상에 없던 카테고리의 제품을 새로 내놓았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당시 식음료기업이 선호하지 않던 블랙 색상을 과감하게 적용해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 등 원색 포장이 많던 시절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카누 출시 초기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카누의 브랜드 슬로건을 내건 팝업스토어도 열었습니다. 소비자가 카누를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최근에는 동서식품의 브랜드 체험 공간 ‘맥심 플랜트’의 인기가 높습니다.

“맥심 플랜트는 지난 50년간 한결같이 좋은 커피를 추구해온 동서식품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공간입니다. 2018년 4월 처음 문을 열어 지난 3년간 누적 방문객이 50만 명에 달합니다. 방문자의 약 80%가 20~30대 젊은 층입니다. 맥심이라는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올드한 이미지가 있지만 맥심 플랜트는 그런 편견을 깼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3층 브루잉라운지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감각 커피’입니다. 태블릿 기기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의 향미, 산미, 로스팅 정도를 고르면 16종의 커피 중 하나를 추천해주고, 해당 커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울리는 시와 음악도 제공합니다. 커피를 미각, 후각뿐만 아니라 청각, 시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맥심 플랜트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커피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마케팅 철학은 무엇인가요.

“맥심 브랜드의 목표는 소비자가 일상에서 맥심 커피 한 잔으로 작지만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개인적인 마케팅 철학도 맥심 브랜드가 지향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고 마케팅 활동이 소비자를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항상 되돌아봅니다.”

▷문학상과 바둑대회도 매년 열고 있습니다.

“동서식품은 주력 제품인 커피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클래식, 바둑, 문학 등 다양한 활동을 연계해 소비자와 함께하는 친근한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여성 신인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삶의향기 동서문학상’을 비롯해 뿌리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바둑대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여는 무료 클래식 공연 ‘동서커피클래식’과 어린이 대상 도서 기부 프로그램 ‘동서식품 꿈의도서관’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