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채용 때 건강검진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아예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겠다는 기업마저 생겨나고 있다. 병력이 있는 지원자를 뽑았다가 채용 후 산업재해 및 중대재해 논란으로 이어지면 중대재해법에 따라 자칫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 문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온라인쇼핑몰 업체 A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배송기사를 뽑을 때 심혈관계 관련 질병코드가 확인되면 채용하지 않고 있다.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 B사는 지원자가 채용 전 건강검진에서 ‘재검’ 판정만 받아도 불합격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종전에는 채용 때 개별 전문의 소견만 첨부하라고 했던 건강검진 결과를 다시 전문가에게 의뢰해 전수조사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채용 때 건강검진을 엄격하게 하는 것은 중대재해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경영책임자의 고의 유무에 관계없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국내 최대 건강검진 업체인 한국의학연구소(KMI)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채용 검진 건수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7만4294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김경연 KMI 직업환경의학본부장은 “신입사원 채용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재직자 건강관리도 강화하고 있다”며 “형사처벌 등 과도한 규제 탓에 기업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