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크론 "스텐트용 인공혈관 세계시장 도전"
섬유 전문기업 웰크론이 의료 분야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스텐트(혈관확장술)용 인공혈관 개발에 국내 최초로 성공하면서다. 개발을 주도한 권은희 웰크론 기술연구소장(사진)은 “수입 의존 제품을 국산화한 것에서 나아가 국내 의료 실정과 환자에게 맞게 맞춤형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웰크론이 개발한 스텐트용 인공혈관은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으로 이뤄졌다. PTFE는 외국에서 이미 혈관 대체 제제로 사용하는 소재다. 혈액과 접촉해도 피가 굳지 않고 이물질이 달라붙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마찰계수(미끄러짐 정도)가 약 0.05에 불과한 덕이다. 다른 섬유조직의 10분 1 수준이다. 또 인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생체 적합성, 화학적으로 안정된 구조, 유연하면서도 팽창과 수축이 자유로운 탄성을 갖고 있다.

PTFE는 가공하기 어려운 소재로 꼽힌다. 튜브 형태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기공을 구현해내는 동시에 말초혈관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세밀한 규격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웰크론은 5년이 넘는 연구 끝에 0.1~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의 미세한 공기구멍을 갖춘 특성을 구현했다.

웰크론이 개발한 인공혈관은 환자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직경은 4~20㎜, 두께는 50~1000㎛로 세밀하고 다양하게 제작된다. 권 소장은 “영·유아용 혈관과 성인용 혈관이 다르고 수술 부위에 따라 다양한 직경과 길이, 두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웰크론이 개발한 인공혈관은 금속 그물망 형태의 스텐트 시술 소재를 제조하는 의료기기업체를 통해 최근 국내 주요 대학병원과 연구소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웰크론이 인공혈관 개발에 나선 것은 2017년 9월 기능성 섬유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첨단섬유기업 고어의 의료사업부가 사업성을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다. 당시 국내에 인공혈관을 독점 공급하던 고어의 철수 결정에 국내 병원들이 심장병 수술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급기야 정부와 환자단체까지 나서 고어에 공급 재개를 요청했다. 2019년 5월 기존보다 2배 비싼 값으로 인공혈관 수입이 재개됐다. 웰크론 관계자는 “외국 의존도가 높은 인공혈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웰크론은 인공혈관 수출도 구상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인공혈관 시장은 작년 34억달러(약 4조원)에서 2025년 47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한 혈관 노화 문제, 식습관 변화로 인한 말초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권 소장은 “외국계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인공혈관, 인공식도 등을 추가로 국산화하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국내외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치료받는 것을 돕고 싶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