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플루언서 재유가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와 함께 개발한 상품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디밀 제공
뷰티 인플루언서 재유가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와 함께 개발한 상품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디밀 제공
화장품업계에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전문성을 갖춘 인플루언서의 후기를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면서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도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섭외하는 빅모델 마케팅 대신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뷰티 인플루언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마케팅과 e커머스 사업에 연계하는 스타트업의 몸값도 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인플루언서 발굴 나서

"톱스타 화장품 광고 시대 지났다"…아모레, 인플루언서 발굴 오디션
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약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뷰티 인플루언서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슈퍼스타K’와 ‘쇼미더머니’처럼 오디션 형식으로 신진 인플루언서를 찾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할 인플루언서도 선발해 국내외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2018년부터 뷰티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내추럴 뷰티크리에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명이 넘는 인플루언서가 탄생했다. LG생활건강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에게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을 무료로 교육하고, 자사 제품도 무상 제공한다. LG생활건강은 이들이 제작한 영상 등이 인기를 끌면 큰 홍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앞다퉈 인플루언서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화장품시장의 판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유명 모델을 섭외해 ‘고현정 화장품’ ‘김희애 화장품’이라는 별칭만 붙으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대가 지나면서 화장품의 소재와 기능, 색상 등을 영상에서 꼼꼼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의 중요성이 커졌다. 젊은 소비자에겐 TV보다 유튜브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매체가 되고, ‘라방’으로 불리는 라이브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바르고, 체험하는 것이 제한된 상황도 소비자의 영상 콘텐츠 의존도가 커진 요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이 금지되면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색상과 제형 등을 확인하고 라이브커머스 등의 채널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KOTRA와 나스미디어 등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지난해 기준 2조100억원 규모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2000억원)에 비해 4년 만에 10배가량 급성장했다.

몸값 뛰는 뷰티 MCN

레페리와 디퍼런트밀리언즈(디밀) 등 뷰티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을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레페리는 300여 명의 뷰티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뷰티 전문 멀티채널네트워크(MCN)업계 1위 기업이다. 인플루언서가 단순히 상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넘어 상품기획자(MD) 역할을 맡아 화장품을 직접 기획하고 판매하는 커머스 모델을 구축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레페리는 2019년 GS홈쇼핑 등에서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65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았다.

디밀은 현대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이 ‘찍은’ MCN이다. 2017년 설립된 디밀은 지난해 이들 회사에서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700여 명에 달하는 디밀의 파트너 크리에이터가 보유한 팔로어는 2500만 명에 달한다. 디밀은 국내외 50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해 콘텐츠 4000여 개를 제작했다. 최근에는 뷰티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밀리언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화장품 성분 분석과 가격비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다. 디밀은 이 앱을 통해 자체상표(PB) 화장품을 판매하고, 소비자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