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사장 "보험업 탈피…헬스케어 신사업 발굴해 종합돌봄 서비스 제공"
“업계 순위에는 관심 없습니다. 헬스케어와 디지털 경쟁력을 키워 고객 생애주기 전 영역을 함께하는 ‘종합 돌봄서비스 기업’이 되겠습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저(저금리·저출산·저성장) 현상’이 고착화된 보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보험 서비스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통 금융관료 출신인 성 사장은 지난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해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첫 수장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헬스케어·신사업에서 미래 찾는다

성 사장은 생명보험업계 내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보험업 안팎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헬스케어 등 외연을 넓혀 비보험 서비스를 확대해야만 생보사가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며 “헬스케어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신사업을 함께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고려대의료원, 국민체육진흥공단, CJ제일제당 등과 제휴를 맺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형 보험사 디스커버리가 운영하는 바이탈리티 프로그램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보고 장기 투자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에도 관심을 갖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조만간 자회사를 세워 사업 기틀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성 사장은 “AI 건강관리 플랫폼인 하우핏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해 분사시킬 것”이라며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시장에 대응하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앞서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선 투자 노하우를 쌓는 데 집중한 뒤 대규모 투자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성 사장은 기존 보험업에서 벗어나는 혁신을 위해 취임 후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도 쇄신해 왔다. 두 회사가 합쳐져 통합 출범한 만큼 ‘일체감’을 이루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직원들이 한 지붕에 들어왔다고 느낄 수 있도록 용어 통일과 직급 호칭 일원화를 먼저 시작하고, 사무 환경도 개선했다”며 “칸막이를 없앤 오픈형 구조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내 어디서든 네트워크 환경에서 업무가 가능하도록 스마스오피스를 구축해 지사나 영업점 등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상 업무 방식에도 메스를 댔다. 불필요한 업무를 완전히 없애자는 ‘워크 딜리트(Work Delete)’, 중복 업무를 조정해 비효율을 줄이자는 ‘워크 다이어트(Work Diet)’를 시행한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 두 달 만에 150건 이상의 제안이 들어왔고 업무 환경에 그대로 반영됐다.

MZ세대 겨냥 상품 개발에 ‘속도’

성 사장은 전통적인 보험 판매 관련 영업 전략과 관련해서도 새 판을 짜고 있다. 성 사장은 “신한라이프는 젊은 설계사 중심의 옛 오렌지라이프, 텔레마케팅(TM)에 강점이 있는 신한생명이 합쳐지면서 2060을 아우르는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게 됐다”며 “다양한 영업 채널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모든 연령층에 최적의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CPC(고객·상품·채널) 영업 전략’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지주 최초로 세운 보험판매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를 통해 판매 역량도 더 강화할 방침이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조직도 개편했다. 고객전략그룹을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성 사장은 “고객 속성과 니즈를 세분화해 MZ(밀레니얼+Z세대), 시니어, 디지털 등 핵심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스쿼드(조직)도 구성했다”며 “세대에 맞게 짜인 새 조직이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조직 혁신은 신규 상품 발굴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MZ세대를 대상으로 용종 수술, 대중교통 재해, 깁스 치료 등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 초년기부터 보험을 통해 보장받는 것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이라며 “종신보험에도 건강하면 더 혜택을 주는 상품, 다른 회사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일상 속 질병을 보장하는 상품 등을 출시한 것도 사후 보장보다는 내가 직접 받는 혜택에 집중하는 MZ세대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튼튼하게 지켜나가겠다는 게 성 사장의 신념이다. 그는 “보험사는 금리 등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장기적인 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통합 이전·이후 모두 자산·부채관리(ALM)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운용 전략을 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2023년 이후에도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회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외형 성장이 느리더라도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