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사진 제공=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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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산업이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보험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정기 예금이나 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품 설계가 복잡한 데다 시장 참여자들의 입지나 경쟁력이 어느정도 확고하게 구축된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이미 인력 배치나 상품 구성, 마케팅 측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한 은행 산업과는 다소 다릅니다. 이때문에 보험 산업은 다른 금융 업종에 비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런 보험 산업에 '메기'가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보험사 얘기입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손해보험의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손해보험이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보험 산업의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소비자 스스로 제작하는)' 보험, 플랫폼 연계 보험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카카오 키즈 연계 어린이 보험, 카카오 모빌리티와 연계한 택시 안심·대리기사 보험 등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도 경쟁력으로 내세울 방침입니다.

이번 카카오손해보험 예비허가는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통신판매전문 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은 첫 사례입니다. 2003년 정부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도입과 의무보험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26년 만에 보험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전면 개정 내용엔 최소 자본금이 일반 보험사의 3분의 2 수준으로 완화되는 통신판매전문 보험사의 정의와 모집 방법이 포함됐습니다. 이후 2013년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생명보험이 설립됐습니다. 2019년엔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영업을 시작했죠.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게 처음이다 보니 시장 안팎의 관심이 높습니다. 전 산업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카카오그룹의 진출이다 보니 더욱 그렇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카카오손해보험이 태풍이 될지, 미풍에 그칠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서 은행 산업에 진입한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행업계에서 '태풍'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 저렴한 수수료를 무기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많은 인력과 운영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판매관리비 절감 효과를 예금과 대출 금리에 반영한 것이죠.

올 상반기로만 보면, 시중은행은 자산 규모 성장세가 둔화된 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금리 경쟁력 이외에도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의 사용 편리성도 강점으로 작용했죠. 젊고 경제 활동이 활발한 30~40대 고객들이 대거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보험사가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산업의 변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미미합니다. 디지털 보험사 두 곳의 총자산은 국내 보험 산업 총자산의 0.05%에 불과하거든요.

또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상품 비교 가능성이 낮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높은 예금 금리, 낮은 대출 이자'라는 비교적 명확한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 상품의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조건 탓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공식을 빌리기 쉽지 않습니다.

생명보험 상품 중 가장 단순하다고 하는 정기 보험만 봐도 보험 종류를 순수보장형으로 할지, 50% 만기 환급형으로 할지, 100% 만기 환급형으로 할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집니다. 또 보험 기간을 10년, 20년으로 할지, 납입 기간을 일시납이나 20년 납 등으로 할지에 따라 보험료가 차별화되죠. 납입 주기 역시 일시납이나 월납, 연납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정기 보험은 보험 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가장 단순한 보험 상품인 데도 이렇게 조건과 상황이 다양하답니다. 여기에 특약 조건까지 붙게 되면 사실상 보험사 마다 단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전환 용이성도 떨어집니다. 예금 상품은 만기가 아무리 길어도 36개월 수준입니다. 만기 전에 해지하더라도 원금을 받을 수 있죠. 보험 상품은 중도 해지 때 손실이 크게 발생합니다. 보험 상품은 은행의 예금과 달리 위험 보장과 저축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와 관련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디지털 보험사의 전략이 직접 경쟁과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직접 경쟁은 높은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수익성을 개선해 기존 보험사와 직접 맞부딪히는 전략입니다. 이렇게 고객 기반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것이죠. 현재는 디지털 보험사가 자동차 보험에만 집중하고 있어 장기 보험 부문으로 확대하면 전반적인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와 사업 안정성 개선도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기존 보험사가 주력하지 않는 '미니 보험'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보험 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소액 단기 보험에 주력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보험료가 소액이라 대면 채널보단 판매 수수료 부담이 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적합하거든요. 디지털 보험사에 적합한 구조랍니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보험사가 미니 보험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기존 보험사에도 새로운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보험사의 높은 접근성을 고려할 때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는 보험사는 사업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단순화된 소액 보험 상품에 대한 판매 채널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보험사가 단기간 내 공고한 기존 보험사의 시장 지위를 뛰어넘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보험 서비스나 고객 맞춤화 상품이 잇따라 시장에 나온다면, 결국 기존 보험사들도 시장 지위나 수익성에 위협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철옹성 같은 '보험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단 의미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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