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창업주가 일본에서 성공한 여세를 몰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한 40대(1960년대) 시절의 모습.  /롯데그룹 제공
신격호 창업주가 일본에서 성공한 여세를 몰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한 40대(1960년대) 시절의 모습. /롯데그룹 제공
1967년 5월 ‘躍進(약진)하는 롯데’라는 제목의 신문 광고가 실렸다. 그해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지면을 통해 경영이념을 밝힌 광고였다. “소생의 기업이념은 기업을 통하여 사회 및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다음달 3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상전(象殿)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는 한국 기업사의 초석을 놓은 거목으로 평가된다. 99년(1921년 11월~2020년 1월) 일생을 담은 신격호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가 28일 처음 공개됐다.

신격호의 삶은 ‘기업보국’의 실천이었다. 1948년 도쿄에서 주식회사롯데를 설립한 그는 맨주먹으로 사업을 일군 뒤 “내 조국 대한민국에 투자”를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모국에서의 첫 사업으로 방위사업을 제안받았지만 경영철학에 맞지 않아 거절한 일 등 1960~1970년대 비사(秘史)도 공개했다. 그는 “1966년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의 제철사업 제안을 받아 일본제철에서 t당 건설비 180달러에 고로를 들여오기로 했는데 박태준 소장의 설득에 ‘모국의 제철소 건립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8개월간 준비한 자료를 모두 넘겼다”고 밝혔다.

‘껌 장사’라는 일생을 괴롭힌 편견에 대해선 “답답하고 분통 터지는 일”이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롯데월드타워를 완성하기 위해 고심하던 노년의 삶에 대해선 “편한 날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2015년 완공 직후 모습을 보고는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국보급 조형물로 큰 기쁨이었다”고 밝혔다.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는 지난해 1월 타계하기 전, 고인이 틈틈이 남긴 구술과 창업주 곁을 지킨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롯데그룹이 작성한 공식 회고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