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이 지난 9월 1단계 가동에 들어갔다.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이 지난 9월 1단계 가동에 들어갔다.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DX 전담조직을 만들고 외부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 중이다. 주요 제조 계열사들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도 ‘DX 속도전’의 일환이라는 게 LG의 설명이다. 최근엔 LG전자 경남 창원공장이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에너지 소모량 30% 줄어

LG전자는 지난달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통합생산동 1차 준공식을 열었다. LG스마트파크는 직원 공모를 통해 선정한 창원사업장의 새 이름이다. LG전자는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주방용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기존 창원1사업장을 친환경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인 ‘LG 시그니처’ 냉장고, 일반 냉장고, 정수기 등 3개 라인이 지난달 가동을 시작했다. 개별 건물에 분산됐던 제품별 생산라인을 하나의 생산동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나머지 3개 라인은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통합생산동 건설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 지능형 무인창고와 고공 컨베이어 등의 기술은 이번에 처음 도입했다. 로봇 활용도 확대했다. LG유플러스의 ‘5G 전용망 기반 물류 로봇’을 도입해 로봇이 공장 내에서 자재를 운반하도록 했다. 통합생산동이 최종 완공되면 최대 200만 대 수준이던 기존 창원1사업장의 연간 생산 능력이 300만 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에너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건물 에너지 관리 솔루션 ‘비컨’ 등 첨단 설비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30% 정도 개선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잡무는 사람 대신 로봇이 처리

다른 계열사들도 DX를 통해 경영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설계 등의 과정에서 일일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정했던 변수들을 AI 기반으로 최적화해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새 솔루션 도입 이후 연구시간이 대폭 단축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은 그린바이오 분야의 특허 및 논문 등에서 주요 키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하는 AI모델링에 성공했다. 전체적인 문맥의 이해를 통해 기존 AI로는 인식되지 않던 문헌 내 유전자와 변이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12개 계열사가 활용 중인 ‘업무 지원 로봇(RPA)’도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은 사무자동화 소프트웨어인 RPA를 ‘알파트장’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의 알파트장은 영업, 회계, 마케팅 부서에서 총 8대가 활약 중이며 엑셀 업무, 주문 처리 등 총 249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LG그룹은 DX 인재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LG인화원에서 ‘LG AI 마스터 양성 과정’을 신설해 100명의 AI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다. 2019년엔 AI, 빅데이터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해 ‘디지털 테크 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LG그룹은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LG의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지금까지 AI, 로봇, 자율주행 분야 글로벌 스타트업 37곳에 1억3000만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