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메쉬코리아 이어 휴젤까지…허태수 '뉴 투 빅' 베팅은 계속된다
에너지·발전과 유통을 주력으로 하던 GS에 ‘변화의 바람’이 분 건 지난해 허태수 회장(사진)이 그룹 지휘봉을 잡으면서다. 허 회장의 취임 일성은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발굴이었다. 평소 “핵심 사업과 연관한 분야로 신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도 자주 했다. GS가 과거와 다른 공격적 행보를 보이며 휴젤 인수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이다.

‘증권맨’ 허태수의 바이오 베팅

25일 ㈜GS는 IMM인베스트와 공동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각각 1억5000만달러(약 1750억원)를 투자해 휴젤의 해외법인 지분 27.3%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싱가포르계 투자사 CBC와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투자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GS는 그간 ‘안정 경영’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2004년 그룹 출범 이래 조(兆)단위 인수합병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지분 투자 역시 소수지분을 매입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증권맨’ 출신인 허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요기요·메쉬코리아 이어 휴젤까지…허태수 '뉴 투 빅' 베팅은 계속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은 최근 2년 새 과포화 상태가 됐고 정유업종은 성장성이 약해졌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했다. 허 회장은 GS의 투자역량을 길러 기존과는 다른 사업 생태계를 만드는 ‘뉴 투 빅(new to big)’을 강조했다. 올 들어서만 메쉬코리아, 펫프렌즈, 당근마켓 등 유망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했다. 휴젤 인수를 위해서는 올해 초부터 CBC가 조성한 ‘펀드-V’에 출자하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과의 접점을 만들어 왔다. 이번에 휴젤의 지분 매각이 본격화되자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사업 다각화 전략”

GS가 휴젤을 택한 건 제품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갖췄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보톡스 시장에는 이미 휴젤뿐만 아니라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빅3’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다른 경쟁사보다 휴젤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는 휴젤이 유일하다. 중국 보톡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65억위안(약 1조1000억원) 남짓인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약 180억위안(약 3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젤의 실적도 상향추세다. 올 2분기에는 연결 기준 매출 645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7%와 59.1% 증가했다. GS는 휴젤의 제품력 및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기존에도 ‘2, 3-부탄디올’ 등 화장품 연료로 쓰이는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의료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관계자는 “휴젤을 친환경 그린바이오 등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의 투자 축도 기술 및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젤은 특별한 설비나 장치보다는 보툴리눔톡신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정제·건조하는 노하우를 보유한 회사다. 점포 출점을 곧 매출로 잡는 GS리테일도 요기요와 펫프렌즈 등 무형의 가치에 투자했다. 대표적 장치산업인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을, GS건설은 지난해 8월 친환경 건축공법을 갖고 있는 주택업체 단우드 등에 투자했다. 허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환경변화 대응’이 GS 투자의 큰 줄기를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채연/남정민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