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위기"…신라면세점, '재고 면세품' 쿠팡에서 판다
신라면세점이 쿠팡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면세점을 잊어가는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쿠팡에 입점해 재고 면세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방시, 발리, 투미, 판도라 등 총 100여개 브랜드의 2000여종 제품들을 판매한다. 6개월 이상 장기 재고에 한해 관세청이 국내 유통을 허가해 준 면세품들이다. 면세점 정상가보다 최대 74% 싸다. 쿠팡에서 ‘신라면세점’을 검색하면 재고 면세품을 찾아볼 수 있다.

신라면세점이 외부 채널에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라면세점은 그간 자체 여행상품 중개 온라인 플랫폼인 ‘신라트립’에서만 재고 면세품을 판매해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신라인터넷면세점에서만 면세품들을 팔았다.

전략이 바뀐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소비자들이 면세점을 외면하기 시작하면서다. 국내 소비자들은 제주도 여행과 무착륙 관광비행을 제외하고 오프라인 면세점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온라인 판매는 재고 면세품에 한정된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현재 면세점 매출의 95%는 중국 보따리상에서 나온다. 내국인 매출은 5% 가량이다.

재고 면세품을 내세운 면세점들의 온라인 마케팅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꾸준히 노출하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각각 재고 면세품 판매 전문몰인 ‘럭스몰’과 ‘쓱스페셜’을 열었다. 이들은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과 쓱닷컴에도 입점해 있다. 신라면세점이 유통 대기업인 경쟁사들과 맞붙기 위해서는 그만큼 방문자 수가 많은 온라인몰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면세점 산업 자체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며 “재고 면세품 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면세점의 존재를 대중에게 계속 부각시키기 위해 반드시 확장해야 하는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