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月 7만5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200%+580만원

사무·연구직 직급수당 신설 등
MZ세대 사기진작 지원도 추가

노조, 27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통과땐 3년 연속 무파업 타결
'영끌'한 현대차·'정년 고집' 꺾은 노조…하반기 생산 박차

“회사가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끌어모아 ‘영끌(영혼을 끌어모은)’에 준하는 제시안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사측 교섭위원이 지난 20일 노동조합에 3차 임금 제시안을 내놓으며 한 발언이다.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회사는 곧장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 올린 4차 제시안을 준비해야 했다. 몇 시간 만에 기본급 인상폭은 6만9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는 ‘150%+350만원’에서 ‘200%+350만원’으로 높아졌다.

현대차 노사가 이날 2021년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이면에는 회사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안이 있었다. 이에 노조가 ‘정년 연장’ 고집을 꺾으면서 3년 연속 무파업 합의를 이뤄냈다.
'영끌'한 현대차·'정년 고집' 꺾은 노조…하반기 생산 박차

3년 연속 무분규 잠정 합의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월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격려금 230만원 △무상주 5주 △복지 20만 포인트 △전통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했다.

기본급 인상폭은 2015년(8만5000원), 성과급·격려금은 2014년(870만원) 이후 최대다. 총액 기준 1806만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 생산직 상당수가 올해 다시 연봉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합의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라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노사가 함께 인식한 결과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교섭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측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총액 기준 1114만원 지급에 대해 노조가 즉각 거부하고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사측은 총액 1413만원 수준의 2차 제시안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하루에 3차 제시안과 4차 제시안이 나왔고, 그때마다 기본급 인상폭 및 성과급 규모는 커졌다.
사측 “두 세대 다 챙겼다”
현대차가 임금을 파격적으로 높인 건 노조의 주류인 40~50대 생산직은 물론 20~30대 사무·연구직 역시 불만이 커진 영향이다. 사측 대표는 교섭에서 “현대차 내부 세대 갈등이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두 세대를 모두 챙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잠정 합의안에 MZ세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조항이 다수 담긴 배경이다. 대리급 연구·사무직 직급수당(월 4만5000원) 신설이 대표적이다. 직원 본인 결혼 때 경조금은 30만~50만원에서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100만원으로 인상했다. 울산공장 노후 기숙사는 1인1실로 재건립하기로 했다.

입사 후 첫차를 구매할 땐 조건 없이 20%를 깎아준다. 지금은 근속연수별로 10~30% 할인받는데, 신입사원은 할인폭이 10%에서 20%로 높아진다. 학자금대출 이자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기차 시대 가속화에 따른 40~50대 생산직 고용안정 방안도 담았다.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맺고,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지속 투자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다시 채용하는 ‘숙련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신 노조는 당초 주장했던 정년 연장을 포기했다.
찬반투표 관문 넘을까
노사 합의로 파업 리스크가 해소된 데 대한 외부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난 외 추가 생산 차질 리스크가 사라졌다”며 “잠정 합의에 따라 7월 판매와 미국 수출 물량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다른 자동차 및 부품업계는 현대차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사 협상 결과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임금을 상당히 올려야 할 수도 있어서다. 한 부품사 대표는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를 비롯한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여전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노조는 벌써부터 현대차 사례를 거론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오는 27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를 한다. 의견이 분분한 만큼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합리 성향의 노조 집행부와 달리 강성 계파 소속 노조원들은 벌써 부결 운동에 나섰다.

지난해엔 찬성률 52.8%로 교섭이 타결됐다. 올해 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이 가결되면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짓게 된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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