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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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 및 성과·일시금 지급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했다. 총 1413만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안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어려운 경영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둘러 단체교섭을 마무리 짓고 생산·판매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노동조합은 정년 연장,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일단 거부했다. 다만 보완 방안을 추가 제시하면 교섭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주가 여름휴가 전 협상 타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년 만에 최고 수준 인상

현대차, 파업 안하면 주식까지 주겠다는데…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6일 노사 단체교섭에서 기본급 월 5만9000원 인상, 성과금 125%+350만원, 격려금 200만원, 무상주 5주, 복지 10만 포인트 등 2차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원 평균 총 1413만원을 받는 효과다. 1차 제시안과 비교하면 기본급 9000원, 성과금 25%포인트+50만원, 무상주 5주 등이 추가됐다. 1차 제시안 총액(1114만원) 대비 299만원 늘었다.

이번 인상안은 총액 기준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본급 인상 규모는 2016년(7만2000원) 이후 가장 높다. 성과·일시금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본급을 동결했던 지난해 총액은 830만원 수준이었다. 올해 인상안이 받아들여지면 연봉 기준 583만원이 인상되는 효과다. 작년 현대차 직원 평균 연봉(8800만원)을 고려하면 6.6%가량 인상되는 셈이다.

현대차가 임금을 대폭 높이기로 한 것은 기존 생산직 위주의 노조는 물론 사무·연구직이 다수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인상 요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앞서 임금을 7~9% 안팎 올리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30일 1차 제시안을 거부하고 파업 준비를 시작한 만큼 달래기 위한 포석도 있다. 사측은 교섭에서 “작년 영업이익 33.6% 하락, 반도체 수급 대란, 코로나19 변이 확산에도 직원들 모두가 생산·판매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은 불가”

현대차는 그러나 노조의 정년 연장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앞서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해의 전년도 말인 64세까지 정년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청년실업은 물론 노동 경직성으로 또 다른 고용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사회적 여론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노조가 정년 연장을 위해 주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폐기됐다. 국회가 자동 입법을 추진하려면 10만 명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간 이어진 청원은 1만9800여 명의 동의를 받는 데 그쳤다. 요건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노조원이 동의한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회사는 대신 60세 이상 정년 퇴직자가 원하면 임금을 일부 깎는 대신 1년 계약직으로 재채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과 관련해선 ‘국내에서 우선 양산될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수준의 문구를 제시했다.

노조는 그러나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래협약에 대해 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회사가 이번주 제시안을 보완하면 여름휴가 전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총 100만원이 넘는 무상주 5주 지급은 노조가 파업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어서 파업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땐 노조 역시 임금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