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오르지만…알바 자리 없어질까 겁나요” >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고용이 유지되는 저임금 근로자는 소득이 늘겠지만 적잖은 근로자는 실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 한 도넛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 “최저임금 오르지만…알바 자리 없어질까 겁나요” >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고용이 유지되는 저임금 근로자는 소득이 늘겠지만 적잖은 근로자는 실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 한 도넛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는 모습. 김범준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13일 새벽에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올린 916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1만원까지는 인상되지 않았지만 2017년 6000원대(6470원)에서 9000원대로 뛰었다.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다. 이명박 정부 28.9%, 박근혜 정부 33.1%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이다. 올해보다 9만1960원 오른다. 최저임금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급여가 오르는 근로자는 355만 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와중에 최저임금이 5% 이상 올라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향상보다는 실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에 발목 잡혀 일자리를 날려버리는 자가당착에 또다시 빠질 것이란 진단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반 이 같은 우(愚)를 범했다. 최저임금은 초반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됐다.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겠다며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입법 4개월 만에 준비기간도 없이 전격 시행됐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 축소, 연간 근로시간 단축 등을 정책 효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반대다. 실업률은 2017년 3.7%에서 올 5월 4.0%로 높아졌다. 체감실업률은 같은 기간 11.0%에서 13.5%로 뛰었다. 15~29세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22.7%에서 24.3%로 상승했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주휴수당을 회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가 급증한 결과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이번 심의를 앞두고 동결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이 폐업하면 소속 근로자의 고용도 불안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는 5.1% 인상을 결정하면서 지난 2년간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풀고 다시 가속 페달로 발을 옮겼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경계선상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안대규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