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5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정부의 145개 일자리 사업 가운데 3분의 1은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정부 자체 평가가 나왔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고용을 늘리겠다며 산불예방 아르바이트 등 공공 일자리를 급조해냈지만, 애초 취지였던 민간기업 취업으로의 연결 다리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취업률 등 고용지표 개선에만 급급해 정책 효과가 미미한 단기 일자리 창출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취약계층 지원 못한 정부 일자리

고용노동부는 5일 공개한 ‘2020년 일자리사업 성과평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정부 각 부처에서 진행한 145개 일자리 사업 가운데 36개 사업이 ‘개선 필요’, 14개 사업이 ‘감액’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수, 양호, 개선 필요, 감액 등 4단계로 구분되는 평가 등급 가운데 낙제점에 해당하는 개선 필요와 감액 등급을 받은 사업이 전체의 34%를 차지한 것이다. 우수 등급 일자리 사업은 14개, 양호 등급은 81개였다.
25조 뿌려서 급조한 일자리 사업…셋 중 하나는 '낙제점'
가장 낮은 감액 등급을 받은 일자리 사업 중에는 세금만 대거 투입되고 정작 일자리가 필요한 취약계층에게는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사업이 많다. 산림청 주관 ‘산림재해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산림재해일자리는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과 인접한 농가에 조심하라고 안내하거나 산불 발생 지역 뒷불을 감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정부는 여성·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이 이 산림재해일자리 사업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참여자 대부분은 산골에 사는 지역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체력 검사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의 사업 참여가 더욱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림재해일자리 전체 참여자 중 여성은 2.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전체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 97만 명 가운데 80만4000명(82.9%)이 취약계층이었다”며 “일부 사업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취약계층 참여율이 낮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 “미흡한 사업 예산 깎겠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고용 창출이라는 1차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업 참여자가 공공 일자리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양질의 민간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도 크다. 결국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로의 이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지킴이(자연환경해설사) 일자리는 국립공원, 습지보호지역 등을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교육과 생태탐방안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자연환경해설사의 민간일자리로의 이행률은 16.7%에 불과했다. 전체 직접일자리 참여자의 민간일자리 이행률(40.3%)에 비해 턱 없이 낮다. 자연환경해설사가 근무하는 습지보호구역 등의 인근 지역에서는 재취업할 만한 민간일자리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일자리 사업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5조 뿌려서 급조한 일자리 사업…셋 중 하나는 '낙제점'
고용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감액’ 등급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줄이고, ‘우수’ 등급 사업의 예산만 증액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