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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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3년 만에 파업에 나설 조짐이다. 현대차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기본급을 월 5만원 올리는 등 1000만원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30일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곧바로 거부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준비를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열린 교섭에서 기본급 월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격려금 200만원 등의 임금인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총액 기준으로 1인당 평균 1114만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임금인상안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기본급 인상 규모는 2017년(5만8000원) 후 가장 크다. 현대차는 2014년(9만8000원) 이후 계속 기본급 인상폭을 줄여왔고 지난해엔 코로나19 여파로 동결했다.

성과급 100%는 지난해(150%)보다 줄었지만, 정률이 아니라 정액으로 지급하는 일시금을 대폭 늘렸다. 성과급 300만원에 격려금 200만원을 더하면 5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120만원의 네 배 수준으로, 2014년(870만원) 후 가장 많다.

현대차가 임금을 대폭 높이기로 한 것은 기존 노조는 물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인상 요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이 앞서 임금을 7~9% 안팎 올리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러나 곧바로 “교섭을 이어가려면 진전된 안을 가져오라”며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7월 5일 파업 결의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6~7일 파업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4년 만에 최대폭 인상안에도…"더 올려라" 걷어찬 현대차 노조
사측 "위기극복 직원 노고에 보답"…노조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현대차 노조 '年1000만원 인상안' 거부
현대자동차가 30일 노조에 제시한 임금인상안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성과 보상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올해부터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만큼은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집중해 예외적으로 품질 비용을 제외하고 성과급을 책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노사 교섭에서도 사측 대표는 “모든 자동차업체가 미래사업 때문에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며 “그러나 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들이 노력한 부분에 감사를 표하며 제시안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러나 “기대치와는 한참 거리가 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시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2019~2020년 파업을 벌이지 않았지만, 올해는 노사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파업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차뿐 아니다. 기아 노조 역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에도 총 14일에 걸쳐 파업을 벌였다. 한국GM 노조도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는 7월 5일 파업 찬반투표와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월 9만9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400만원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올 4월 이후 교섭이 멈춘 상태다. 교섭대표 노조가 회사의 기본급 동결 요구에 반발, 총파업을 벌였지만 소수 노조가 재교섭을 요구하면서 쟁의권과 교섭권을 잃었다. 그러나 기존 다수 노조가 다시 교섭대표로 확정돼 조만간 사측과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청산가치가 9800억원 수준으로, 계속기업가치(6200억원)보다 3600억원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향후 구조조정 시 노조 반발이 예상된다.

자동차업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19 여파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상반기에만 7만 대가량 생산 손실을 봤다. 국내에선 출고 대기가 6개월 이상 이어지고, 미국에선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기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임금을 더 올리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조도 적정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땐 노조 역시 임금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