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정책의 핵심 수단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충돌하고 있다. 금리 인상 등 통화 완화 기조의 정상화가 예고됐지만 재정당국은 확장 재정을 지속하고 있다. 균열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가계 부채를 잡겠다면서 저소득층의 대출 문턱은 낮추고, 친환경차는 사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정책 목표를 가늠하기 어렵다. ‘경제는 원팀’이라던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정책에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로 가는 기재부와 한은

손발 안맞는 문재인 정부…곳곳서 '경제 정책 엇박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33조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세출 증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이라고 말했다.

작년 3차 추경 규모가 3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당시에는 세수 부족으로 인한 세입경정이 11조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실제 지출 증액은 약 16조원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추경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재정 살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확장적 재정을 통해 경기 회복에 속도를 더하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11일 “질서 있는 정상화”를 언급한 지 보름 만에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연내로 못박은 것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의 엇박자가 지적되는 데 대해 홍 부총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항상 일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재정적 조치와 통화적 수단이 조율될 수 있도록 최대한 해나가야 시장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정부 내에서도 엇박자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가계 부채를 안정화하려는 방안은 저소득 가구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대출자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은 투기지구 9억원 초과 주택에만 적용하던 것에서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으로 확대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 부채가 2045조원까지 치솟는 등 부실화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4월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시행하는 대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가계 부채 증가율을 5~6%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도 함께 내놨다. 서민 등이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햇살론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가계 부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못 갚은 사람이 많아질 경우”라며 “이런 위험이 더 높은 저소득층에게 돈을 더 빌려주면서 가계 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자동차 관련 정책도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는 140만원, 하이브리드카는 4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관련 혜택은 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카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을 감면해주는 개별소비세 혜택도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기재부는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혜택을 내년 이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전력은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 기본료가 ㎾당 완속충전기(7㎾ 기준)는 1195원에서 1782.5원으로, 급속충전기(50㎾)는 1290원에서 1935원으로 오른다.

6월 말까지 50% 적용되던 전기차 충전료 특례 할인이 25%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30~40%이던 충전 비용이 40~50% 선까지 오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