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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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 안팎의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불어나고 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이 급전을 위해 주로 사용됐던 카드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태로 증가했고, 대출 돌려막기나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가세하면서 더 늘어났다.

1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이다. 지난해 말(32조464억원)과 비교하더라도 1조10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은 2017년말 5.4% 증가한 데 이어 △2018년 7.0% △2019년 9.0% △2020년 10.1% 등으로 증가율이 상승했다.

카드론은 보통 은행 대출보다 받기 간편하고,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이나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했다. 평균금리는 연 7~12%대까지 카드사별로 다양하다. 빠르게 대출을 상환한다면 신용점수에도 타격이 적다보니 단기간에 급전을 사용할 때 카드론 사용이 빈번했다.

최근에는 카드론 사용자들이 다중채무자라는 점과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부각됐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신용점수 뿐만 아니라 내 집 마련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카드 돌려막기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우려도 커진 상태다.

카드론을 사용할 시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2019년 6월부터 제2금융 대출 불이익이 완화됐지만, 카드론을 이용할 경우 신용점수는 여전히 하락하는 사례가 있다. 자영업자인 40대 김 모씨는 최근 카드론 대출을 잠깐 이용했다가 신용점수가 165점이나 깎였다. 원래 신용점수는 903점이었지만, 카드론 신청 후 738점으로 하락했다. 신용등급으로 따지면 2등급에서 5등급까지 내려간 것이다.

카드론은 쉽게 빌릴 수 있는 탓에 1번 사용한 뒤 자주 사용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카드론의 주요 이용층 중 다중채무자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3월말 현재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자는 414만명으로, 이중 65%인 269만명이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집계됐다. 다중채무자들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3월말 21조3000억원으로 전체 카드론 잔액의 64.2%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연령에서도 카드론을 쉽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카드론 잔액 규모는 1조1410억원으로 2019년보다 18.5%나 늘었다. 이는 40대(8.2%), 50대(13.4%)를 웃도는 수준이다. 20대들은 카드론을 이용해 주식 시장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가피하게 급하게 사용됐던 카드론이 투자금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카드론을 활발하게 이용했다간 자칫 대출을 받을 때 어려움이 잇따를 수도 있다. 카드론이 내년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된다는 점에서다. 카드론 등 2금융권의 대출이 있을 경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고금리 신용대출이 연간 원리금 상환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3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은 DS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드론의 DSR 적용은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금융권 또한 카드론도 '부채'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불가피할 때 쓰는 '급전'으로 활용하돼 빠른 상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