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철근대란이 본격화하면서 철근 공급을 놓고 건설회사와 철강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철강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력 제품의 공급을 조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강사들은 모든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건설현장에서 가장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는 제품은 SD400 10㎜ 철근이다. 철근은 늘이거나 잡아당길 때 버틸 수 있는 단위인 ‘항복강도’에 따라 등급이 분류된다. SD400은 항복강도가 400㎫(메가파스칼)로 중형차 3.3대의 무게인 5.3t을 견딜 수 있다.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늘고 긴 막대같이 생긴 철근으로, 건설현장에선 직경이 10㎜인 SD400 제품이 가장 널리 쓰인다.

건설업계는 원재료인 고철 가격 급등에 따라 철근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원재료 대비 제품 가격 상승폭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이 정도로 SD400 품귀현상을 빚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철강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SD400 제품 생산을 줄이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공공아파트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정부가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 철근 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공사비에 반영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철강사들은 공급 조절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지금도 모든 라인을 완전가동해 SD400을 집중 생산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SD400은 예전부터 건설현장에서 자주 품귀현상을 빚은 제품”이라며 “건설사들이 가격 상승에 불만을 품고 철강업계를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달 들어 건설·철강업계 관계자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찾고 있다. 다만 철근대란을 해결할 뾰족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생산라인을 100% 가동해달라고 당부했다. 중간 유통상의 철근 사재기도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달청은 긴급하지 않은 관급공사의 경우 철근 납품기한을 연장하도록 하는 긴급대책을 지난 13일 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