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치솟고, 中수입 끊기고, 사재기까지…건설현장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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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줘도 못구한다" … 철근 품귀에 건설사 초비상
중소 건설사, 매일 수급현황 점검하며 '물량 확보'에 안간힘
핵심자재 SD400 실종된지 오래 … 전국 60여곳 공사 중단
공급부족 장기화 조짐에 "2008년 철근파동보다 심각할 것"
중소 건설사, 매일 수급현황 점검하며 '물량 확보'에 안간힘
핵심자재 SD400 실종된지 오래 … 전국 60여곳 공사 중단
공급부족 장기화 조짐에 "2008년 철근파동보다 심각할 것"

연간 220만t의 철근(봉강)을 생산하는 동국제강 인천공장은 올 들어 밤낮없이 모든 라인을 완전가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국제강 영업팀엔 철근을 더 빨리 공급해달라는 유통상과 건설사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철근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 못한 철근 수요 급증
16일 건설·철강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철근 공급 부족으로 건설현장이 멈춰서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11월에서 올 1월까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철근 부족으로 공사가 한때 중단된 현장이 62곳에 달했다. 건설업계는 올 1분기부터 철근파동이 본격화된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수백여 곳의 건설 공사가 중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철근 수급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지방 아파트 건설현장은 철근이 부족해 준공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원재료인 고철 가격이 급등하자 상승분은 고스란히 철근 가격에 반영됐다. 1년 전 t당 23만8000원이던 국내 고철가격은 이달 14일 두 배인 46만5000원까지 올랐다.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내수 확보를 위해 철근에 대한 수출환급세를 폐지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연간 100만t의 철근 중 60% 이상이 값싼 중국산이다. 하지만 수출환급세 폐지로 수입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서 중국산 철근의 가격마저 오르고, 공급도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스폿 가격은 t당 100만원 넘어

철근파동에 따른 피해는 민간보다 공공 건설현장에서 심각하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공사를 하고 있는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최근 철근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관급공사의 경우 조달청에 등록된 자재업체가 철근을 공급한다. 가격이 치솟자 자재업체들이 조달청보다 가격을 많이 쳐주는 민간 건설업체에 철근을 우선 공급하다 보니 공공공사가 먼저 영향을 받는다.
철근파동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철근을 사재기하는 유통상도 적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철근파동이 2008년 건설현장을 강타한 철근대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4대강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동시에 이뤄진 데다 중국 수입물량마저 줄면서 국내 건설현장은 한동안 철근 품귀현상을 겪어야 했다.
강경민/하헌형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