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원로 지식인들이 주축이 된 ‘만민토론회’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백승현 기자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원로 지식인들이 주축이 된 ‘만민토론회’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백승현 기자
“국회는 다수 힘으로 입법을 몰아붙이고, 사법부는 ‘내로남불’ 판결을 내리고, 행정부는 자화자찬 행정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4년 동안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제4부라는 언론, 제5부라는 노동조합도 예외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전 장관이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고 분배는 악화되고 노동시장은 경직화돼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집값만 미친 듯이 뛰어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현 시국을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의 명칭은 ‘만민토론회’, 주제는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나’였다. 명칭에서 보듯이 토론회는 진보 진영과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원로 지식인이 주축이 돼 마련했다. 토론회를 주도한 인물은 김 전 장관과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이다. 김 전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성장,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편향된 노동정책 등에 날 선 비판을 해 왔다. 주 발행인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 인사다. 이 밖에 토론회 준비 모임에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출신인 김진욱 변호사, 보수 경제학자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박인제 변호사, 이명우 국가미래연구소장,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김 전 장관은 토론회에 앞서 열린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일갈했다. 그는 “73년 전 오늘(5월 10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최초의 근대적 선거가 이뤄진 역사적인 날이었다”며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권 임기 마지막 1년으로 접어드는 날인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실정을 인정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오늘 대통령은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이때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고 했다”며 “정책 실패는 고쳐나가면 되는데 현 집권 세력은 잘못이나 실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은 여야 정치권을 향해 “포퓰리즘을 넘어 ‘부풀리즘’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몇십만원도 아닌 천만원대, 억대 지원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야권도 십중팔구 여기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승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정치 분야),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외교안보 분야), 김태기 교수(사회경제 분야)의 발제도 이어졌다. 양 교수는 “지난 4·7 보궐선거는 내로남불이라는 속어를 세계적 공용어로 만든 자가당착적인 (집권세력의) 언행에 대해 국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 3분의 1 이상 국민이 현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4년간 신기루만 좇으며 헛발질만 해 어느 것 하나 건진 게 없다”며 “총체적 실패”라고 혹평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평화는 주술과 엄숙한 선언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북한이 평화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인질범인 김정은의 자비와 선의에 의존하는 굴욕적 평화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동계로 기울어진 친노조 정책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는 노조라는 이익집단의 손에 넘어갔다”며 “노조는 새로운 이익집단이 됐고, 노동정치를 통해 기존의 이익집단인 경제단체의 힘을 능가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힘이 세졌지만 그 혜택은 소수의 사람에게만 돌아가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노조에 가입한 10% 근로자는 고임금·고복지에 고용 보호를 누리고 그 부담은 나머지 90%가 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