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논의에 들어갔다. 30일 시행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가 격론 끝에 유보됐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연내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대상 기업 등을 정한 뒤 이르면 내년에 추가 투자를 금지하거나 지분율을 줄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있는 한국전력 GS 금호석유화학 LG상사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이 대거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책임투자 제한·배제 전략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과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책임투자 방식이다. 이날 위원들은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위원회로 결정을 미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의 섣부른 ‘탈석탄 선언’이 자칫 국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히면서다.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투자 규모는 1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 주식이 약 1조6200억원, 해외 기업 주식이 약 2조860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한국전력 자회사 채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선 한전 GS OCI 금호석화가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과 기존의 석탄 사업이 공존하는 기업 현실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대해 전면적인 투자 배제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황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