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에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충전’된다. 2014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코닝 주식 중 일부를 처분해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코닝 보통주 3500만 주를 매도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닝의 주가는 지난 23일 기준 46.25달러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6억2000만달러가량이 삼성디스플레이로 유입된다. 한화 기준 약 1조8000억원으로 이 회사 연간 당기순이익과 맞먹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조1398억원과 1조87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삼성과 코닝의 인연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회사는 삼성코닝정밀소재를 설립해 디스플레이용 유리 기판 등을 생산했다. 지분 구조에 변동이 생긴 것은 2014년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3%의 지분을 19억달러에 코닝에 매각했다. 동시에 코닝의 전환우선주 2300주를 사들였다. 지분을 매각한 후에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자는 의미였다. 당시 전환우선주 매입 가격은 2조4426억원. 7년 뒤 1주로 보통주 5만 주를 살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코닝은 지난 5일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전량을 보통주 1억1500만 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또 이 가운데 보통주 3500만 주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전환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벌어들인 돈은 2조5000억원(8000만 주 기준)에 달한다. 코닝 주가가 전환우선주를 매입했던 2014년보다 세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갑’이 두툼해진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3500만 주를 매도해도 여전히 8000만 주가량이 삼성디스플레이 소유로 남아 있다. 지분율로는 약 9%다. 10.58%를 보유한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지분이 많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협력 관계 유지 차원에서 남은 지분을 2028년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