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경기회복 예상 시점이 내년 이후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취업자 수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대출이 급증하는 등 중소 제조업체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15일 중기연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중소제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중소 제조업체들이 통계로 드러난 수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업 부진과 조업 중단에 따른 중소 제조업 일시 휴직자 수는 작년 말 현재 6만8000명으로 최근 3년간 81% 증가했다. 또 중소 제조업 취업자 수도 최근 3년간 4.9%(18만1000명) 감소했고, 이 가운데 여성 취업자 수는 9.7%(11만7000명) 감소했다. 노 단장은 “통계상 취업자로 잡혀 있는 일시 휴직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고용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중소 제조업체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중소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가운데,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잔액은 900조원으로 매월 8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노 단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작년과 비교해볼 때 올해 중소기업 통계는 ‘기저효과’로 좋아보일 수 있다”면서도 “중소 제조업체의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충격이 닥칠 땐 한꺼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경기회복 예상 시점도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기연의 작년 5월 설문조사에선 경기회복 예상 시점이 ‘2021년 상반기’라는 응답이 30%였지만 12월 조사에선 4.6%에 불과했다. 반면 ‘내년(2022년)’일 것이란 응답은 8.9%에서 23.9%로 늘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