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금융권 최초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이 무산됐다.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후보군까지 올라갔으나 금융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기업은행의 새 사외이사로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0)를 선임하고, 사외이사 임기가 끝난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63)를 임명했다. 앞서 기업은행 노사는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노조 추천 인사를 포함한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금융위에 제청했지만 정 교수와 김 교수를 최종 낙점한 것이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이사 임명권은 금융위가 쥐고 있다.

정 사외이사는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를 거쳐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금융연수원 감사실장 출신인 김 사외이사는 지난 2월 12일 임기가 끝났으나 이번에 재선임됐다.

기업은행의 첫 노조 추천 이사제 추진이 무산되면서 금융권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당초 윤 행장은 취임 당시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노사 공동선언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2월 기자 간담회에서는 “노조 추천 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며 “(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도입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KB금융지주·수출입은행의 노동조합도 노조 추천 이사제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노조 추천 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 경영이 노조에 과도하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기업은행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가 도입됐더라면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쳐 노동이사제 논의가 급격하게 확산됐을 것”이라며 “기업은행과 금융위가 현명하게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