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에 대한 회생절차(법정관리)가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전망이다. 미국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투자 유치가 늦어지자 법원이 2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쌍용차에 기회를 부여했으나 유의미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더는 절차를 지연시킬 수 없어 채무자회생법에서 정한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수순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채무자회생법 49조1항에 따르면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경우 법원은 한 달 안에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원은 이미 법정관리 개시 절차를 시작했다. 이날 쌍용차 채권단에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작년 12월 법원에 법정관리와 함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적용을 신청했다. 법원은 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지난 2월 말까지 보류했고, 투자자와의 협의를 고려해 개시 결정을 재차 미뤘다. 법원은 이후 쌍용차에 HAAH의 투자의향서를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쌍용차는 HAAH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지 못했다.

HAAH는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 투자자들은 쌍용차 인수 후 즉시 갚아야 할 공익채무(3700억원)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이르면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법정관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쌍용차는 2011년 3월 법정관리 졸업 뒤 10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관리인은 예병태 쌍용차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HAAH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고, 여전히 여러 조건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정관리를 거쳐 쌍용차의 몸집을 줄인 뒤 HAAH가 인수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정민/김일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