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수차례 투자 결정을 미룬 데 이어 법원이 요구한 시한까지 끝내 투자의향서(LOI)를 보내지 않았다. 단기법정관리(P플랜) 돌입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쌍용차의 향로에 그늘이 드리웠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날 오전까지 미 자동차 유통기업 HAAH로부터 투자 의사를 담은 LOI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HAAH의 LOI를 보정명령 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쌍용차는 HAAH에 이 같은 내용을 전했고, HAAH는 31일(현지시간)까지 LOI를 보내겠다는 뜻을 쌍용차에 밝혔다.

쌍용차는 미국 현지와의 시차를 고려해 이날 새벽까지 HAAH의 LOI를 수령, 내용을 검토해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전날 법원에 HAAH의 LOI를 제외한 보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AAH는 끝내 이날 오전까지도 LOI를 전달하지 않았다. 그간 HAAH는 쌍용차의 인수 결정에 대한 확답을 계속해서 미뤄왔다. HAAH의 인수 의지에도 HAAH의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 인수를 주저하면서다.

이번에도 HAAH가 확답을 못한 이유는 여전히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어서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3700억원에 달하는 쌍용차의 공익채권은 HAAH에 가장 큰 부담 요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HAAH가 당초 약속한 투자액 약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훨씬 웃도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출고 대기장에 출고를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출고 대기장에 출고를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쌍용차의 고임금·고비용 구조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쌍용차의 누적 매출은 2조620억원이다. 이중 매출원가(생산비용)만 2조330억원에 이른다. 단순 산술 기준 원가율이 무려 98.6%에 달한다.

여기에 적자폭까지 확대되는 쌍용차의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쌍용차의 순손실 규모는 당초 잠정공시했던 4785억원에서 258억원 더 늘었다. 자본잠식률도 111.8%로 악화했다.

뿐만 아니라 연내 출시를 계획한 전기차 E100 외에는 친환경차 라인업이 현재로서는 없는 데다 미래 모빌리티 등 경쟁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크다는 점도 투자 의사를 거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법원이 HAAH와의 협의가 유효한 것으로 보는 만큼 곧바로 법정관리 절차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쌍용차에 전날까지 투자의향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 맞다"면서도 "해당 명령이 법적효력을 갖지 못한다"며 법정관리 개시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법원이 이달 내로 추가로 기한을 정해 해당 날짜까지 LOI 제출을 다시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제출되지 않을 경우 그때는 법정관리 개시를 통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시점은 쌍용차의 상장 폐지 이의 신청 시한일인 13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HAAH가 끝내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쌍용차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우려한다.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최근 쌍용차에 투자의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채권단 등이 이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개월간 기나긴 사투를 이어온 쌍용차 사태는 끝내 연장전을 맞게 됐다. 앞서 쌍용차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다 지난해 12월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개시 보류 신청서(ARS프로그램)도 함께 제출하면서 법정관리 돌입까지 두 달의 시간을 벌었다. 이 기간 쌍용차는 대주주 마힌드라와 HAAH와의 매각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끝이 나면서 P플랜을 최후의 카드로 꺼내들게 됐다.

그러나 P플랜 준비 역시 쉽지 않았다. P플랜을 위해서는 산업은행 등 주채권단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이들 채권단이 HAAH의 투자를 P플랜 승인의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HAAH마저 투자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P플랜 추진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쌍용차는 지난 2월 28일자로 만료 예정이던 회생절차 개시 기한도 넘겼지만 법원이 그 기한을 연장해줬다. 그러나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법원이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으로 제시한 전날까지 HAAH는 최종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신현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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