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만 명에 달하는 고금리 채무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 매우 기쁘다.”(문재인 대통령)

오는 7월 7일부터 법정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융회사 대출은 물론 개인 간에 돈을 빌려줄 때도 이자율이 연 20%를 넘을 수 없게 된다. 이전 대출에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재계약, 대환, 만기 연장 등이 이뤄질 경우 인하된 최고금리를 지켜야 한다.

최고금리 인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지만, 2~3년에 한 번꼴로 반복되는 탓에 ‘과속’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햇살론 금리 2%P↓…저신용자 은행대출 길 열려
금융위원회는 이날 최고금리 인하의 후속 조치로 ‘정책서민금융 공급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13%(31만6000명)가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을 못 받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저신용자가 불법 사채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대출 상품의 공급 규모를 확대하고, 금리도 내리기로 했다.

우선 기존 고금리 대출을 연 17~19% 금리로 바꿔주는 대환용 상품 ‘안전망대출Ⅱ’를 하반기 출시한다. 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햇살론17’ 금리도 연 17.9%에서 연 15.9%로 하반기에 내릴 예정이다. 청년층 대상 ‘햇살론 유스’의 올해 공급액을 14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늘리고, ‘근로자 햇살론’은 신청 자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저소득·저신용자가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과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은행을 통해 선보일 ‘햇살론 뱅크’는 연 소득 3500만원 이하면서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1년 이상 이용했고, 1년 새 부채 규모나 신용도가 개선된 사람이 대상이다. 최대 2000만원을 연 4~8% 금리로 빌려 5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다. 카드사가 내놓을 ‘햇살론 카드’는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계층 중 신용관리 교육을 이수하고 소득을 입증한 사람에게 최대 200만원 한도로 발급된다. 햇살론 뱅크와 카드는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당국과 업계가 협의 중이다.

금융위는 정책대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출연금(가계대출 잔액×출연요율 0.03%)을 내는 금융사를 확대한다. 지금은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만 내는데 ‘서민금융법’을 개정해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회사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번 대책은 저소득·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햇살론17은 이미 연체율이 국내 가계대출 평균보다 훨씬 높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저신용자들에게 금리를 낮춰 주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햇살론17로 최대한도 700만원을 빌리면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은 25만원 정도다. 금리를 2%포인트 낮춰도 월 상환액은 2만~3만원 줄어든다.

임현우/정소람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