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차단 나선 한국은행…"물가 오름세 멈출 것"
한국은행이 최근 번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경기가 불투명한 데다 고용이 부진하면서 지속적으로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급등하는 시장금리를 안정화하기 위해 당초 밝혔던 규모(5조~7조원)를 초과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법 제96조 1항에 따라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통화정책 방향 등을 담아 작성한 뒤 연간 네 차례 국회에 제출한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고용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자동화·무인화·고령화를 비롯한 경제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소비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확산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 1.5%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난해 5월 -0.3%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 들어 농산물·원자재 가격이 뛰는 가운데 소비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달엔 1.1%까지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뛰자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5~6월 1.6%에서 지난달 2%로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대를 회복한 것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상승한 기대인플레이션은 다시 실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 근로자와 기업이 각각 임금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한 것도 이 같은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가능성은 일부 열어뒀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30일 연 1.281%로 떨어졌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 연 2.036%까지 오르며 2019년 1월 30일(연 2.051%) 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은은 “국내 장기금리 상승은 글로벌 경기 회복 전망과 인플레이션 기대로 주요국 금리가 오른 영향”이라며 “장기금리는 주요국 재정·통화정책 등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이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올 상반기 5조~7조원어치 국채를 사들인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9일 국채 2조원어치를 긴급 매입하기도 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올 상반기 국채 매입 규모는 7조원을 웃돌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를 오는 31일 종료하기로 했다.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등 은행채와 9개 공공채는 대출 적격담보증권에서 빠진다.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조치였던 만큼 유동성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예정대로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