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3개월간 긴급채권 매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규모를 적어도 내년 3월말까지 1조8500억 유로로 유지하되 매입 속도는 높인다는 방침이다.

ECB는 "자금조달 여건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 분기의 PEPP프로그램에 따른 코로나19 대응 채권 매입은 올해 초 몇달간보다 상당히 높은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ECB의 채권 매입 방침은 투자자와 이코노미스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뒀던 부분이다. 최근 국채 시장에서 대규모 채권 매도로 국채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장기물 국채 금리는 0.3%포인트 안팎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기업과 가계의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서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둔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ECB는 "자금조달 여건이 조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연하게 채권매입을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인플레이션 경로를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조여지는 것은 모순된다"고 말했다. 이어 "채권 매입 시기, 자산군, 관할구역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의 매끄러운 시행을 위한 지원 차원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자산매입프로그램(APP)도 월 200억유로(약 27조원) 규모를 유지하기로 했다.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지속하기로 했다.

레나 코밀레바 G+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재정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CB는이날 기준금리를 0%로 동결했다.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50%와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