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고용 지표 깜짝 회복세
글로벌 자산 美로 유입 가속화
1조9000억弗 슈퍼 부양책에도
이례적으로 달러가치 급등
"원·달러환율 1170원까지 뛸수도"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미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원화 가치는 약세로 기울었다. 원·달러 환율은 다섯 달 만에 달러당 1140원을 넘어섰다. 금리가 오르면 미 국채 선호도가 높아지고 신흥국에선 자금 유출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1150원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미 경제 먼저 회복”…강해진 달러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92.42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0.44포인트 올랐다. 단기 저점이던 올 1월 5일(89.44)과 비교하면 3.3% 뛰었다. 이 같은 달러 가치는 작년 11월 말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직후였던 작년 3월 20일 정점(102.82)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했다. 미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국채를 대량 발행한 데다 미 중앙은행(Fed) 역시 적극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 의회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부양책을 의결했는데도 달러 가치가 뛰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시장 예측과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미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 덕분에 소득·소비뿐만 아니라 고용 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럽 일본 등 다른 경제권보다 더 빨리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XM의 마리오스 하지키리아코스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미 노동 시장이 깜짝 회복세를 보인 게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자본이 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연 1.59%로 전날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이후에만 0.5%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중개 업체인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미 국채 금리가 뛰면 달러 수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 정부는 달러 강세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좋다”며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원·달러 환율 얼마나 더 오를까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1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당 1140원3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19일(1142원) 후 가장 높았다. 환율은 올 들어서 이날까지 48원30전이나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15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금리 오름세와 외국인 투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 등이 겹치면서 환율이 뛰었다”며 “환율이 단기적으로 1150원, 길게 봐서는 117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 1200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위기 상황에서나 나타날 환율 수준이라는 얘기다.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금융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감염병으로 급격히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위험 기피에 따른 자산가격 조정, 신흥국으로부터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3%로 올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을 반영한 결과다.OECD는 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 전망치(2.8%)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획재정부(3.2%)와 한국은행(3.0%)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기재부는 “최근 세계 경제의 회복 흐름과 한국의 수출·제조업 회복세,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책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5.6%로, 종전(4.2%)보다 1.4%포인트 올려 잡았다. 백신 접종 확대, 미국 등 주요국의 추가 재정 부양책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2%에서 6.5%로 3.3%포인트 끌어 올렸다. 일본(2.3%→2.7%)과 유로존(3.6%→3.9%) 성장률 전망치도 높였다.한국 성장률 전망치(3.3%)는 이날 같이 발표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14위 수준이다. 작년 한국 성장률(-1.0%)은 중국(2.3%)과 터키(1.8%)에 이은 3위였다.OECD는 이전보다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인플레이션 가능성, 금융시장 취약성 등은 경제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생산·보급에 속도를 내고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 정책에 대해선 “코로나19 피해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임원들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9일 기획재정부는 "현재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진행 중인 정부의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엄격히 반영해 기존 평가등급 하향 조정, 성과급 환수 등의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LH는 지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데, LH는 지난해 7명의 임원에게 성과급으로 총 5억3938만원을 지급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규모다.앞서 정부는 공공기관 평가 과정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이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 미흡(D) 등급을 매긴 바 있다.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
올 들어 한 달 만에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거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세수가 반짝 증가했지만 지출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서다. 4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15조원 규모의 올 1차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향후 5~6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적자국채 추가 발행 가능성도 있어 올해 나랏빚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월부터 1조8000억원 적자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지난 1월 관리재정수지는 1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1조7000억원 적자보다 폭이 커졌다. 1월 재정수지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월별 재정수지 지표가 발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각종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실질적인 재정수지 상태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재정수지가 악화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비비 지출 등으로 총지출이 늘어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1월 총지출은 53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사회보장성기금 지출 증가폭 8000억원을 제외하면 2조1000억원을 더 썼다. 다만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조4000억원 흑자였다.1월 기준 국가의 채무 수준은 이번에 발표되지 않았다. 작년 결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작년 채무에 대한 결산을 완료한 뒤 수치를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된 1차 추경안을 기준으로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965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1차 추경이 증액될 가능성이 있고 향후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3차 추경이 또 이뤄질 수 있어 올해 나랏빚 규모는 1000조원에 육박하거나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거래 증가로 세수는 증가국세 수입은 반짝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수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1월 국세 수입은 38조8000억원으로, 작년 1월에 비해 2조4000억원 증가했다.소득세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소득세는 작년 1월보다 2조4000억원 많은 11조7000억원이 걷혔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작년 11~12월 주택 거래량이 21만1000가구에서 25만7000가구로 전년 대비 21.9% 증가해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해외주식·채권펀드, 부동산펀드 등의 환매가 크게 늘면서 배당소득세가 더 걷힌 것도 소득세수 증가에 기여했다.1월 법인세 수입은 2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12월 결산 법인의 법인세 납부가 이달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법인세수를 예측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말했다. 부가가치세는 영세사업자 대상 납부 유예 등 세정 지원 여파로 1조원 감소한 1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기금 수입은 작년 1월보다 3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올해 조기 집행 관리대상사업 341조8000억원 중 1월까지 집행된 것은 9.9%인 33조8000억원이었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