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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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상업은행 기능을 접고 투자은행(IB) 부문만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새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데 이어 철수 대상 지역으로 한국이 명시적으로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씨티그룹의 새 CEO인 제인프레이저는 최근 그룹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한 소식통은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업 은행(소매 금융) 영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단 한국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기관을 대상으로 한 IB 기능은 남겨둘 확률이 크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안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 부문은 철수 가능성이 더욱 유력해는 셈이다.

씨티은행이 지역 구조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실적이 경쟁사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한때 세계 최대 금융 회사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모건스탠리 등 다른 글로벌 금융사에 추월당했다. 새 CEO는 은행 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를 정리해야 하는 임무를 받아들었다고 이 보도는 전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씨티그룹이 변화하려면 모든 국가에 포진한 은행의 소매 금융을 접거나, 미국 은행을 아예 새로 인수하는 급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불붙은 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씨티그룹이 아태 지역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한국 시장'이 콕 찝어 또 다시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 만큼 업계가 더욱 촉각을 모을 전망이 높다.

만약 씨티그룹이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 부문을 정리한다면 대형 인수합병(M&A)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금융권에선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할 잠재적 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을 거론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다는 전제 하에 OK금융은 은행업 진출을, DGB금융은수도권 거점 확대를 꾀하는 전략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 한국 은행업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0.3~0.4배 가량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 자산(6조2953억원)을 감안하면 가격이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매각 대상은 39개 점포를 포함한 자산관리, 카드 사업 등 소매 금융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금융 부문을 남기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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