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조치가 오는 9월까지 또 한 차례 연장되면서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마저 기약없이 미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묻지마 만기연장'…한계기업 구조조정 물 건너가
정부는 코로나19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이자조차 갚지 못할 만큼 사업성이 떨어진 기업에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대부분의 만기 연장이 코로나19의 직간접적 피해를 따지지 않고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6개월 더 운영하겠다면서 지원 대상을 코로나19 피해자로 한정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코로나19로 이자 상환을 유예받은 기업과 통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은 구분돼야 한다”며 “만기 연장·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탓에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이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에까지 무차별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경제 전반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부실기업을 골라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은행권 이야기는 다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했는지를 정확히 따지기가 쉽지 않다”며 “거의 모든 대출이 ‘코로나19 코드’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코로나19 피해기업 확인 방법에 따르면 연매출 1억원 이하는 증빙서류를 아예 요구하지 않고, 연매출 1억원 초과 기업은 예금이 줄었다는 통장 사본만 있어도 된다.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을 따져볼 여지가 없다. 폐업했거나 폐업에 이를 정도의 자본잠식이 없다면 모두 연명할 수 있는 구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오는 10월 이후 코로나 대출금 상환을 차입자들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 대출 만기 연장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며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당분간 물 건너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말로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연체이자도 미뤄주면서 일단 모두 살리자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사들은 이자 상환 유예만큼은 종료할 것을 희망해왔다. 이자도 못 낼 정도라면 부실이 심각한 상태라는 게 이유였다. 금융위는 이자 상환 유예가 전체의 3%(대출잔액 3조3000억원, 이자는 1637억원)에 불과하고, 신청도 지난해 4월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종서/김대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