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번가 이미지. 한경DB.
사진=11번가 이미지. 한경DB.
몇 년 전만 해도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경쟁 기준은 가격과 상품 구색이었다. 요즘은 여기에 배송의 속도가 추가됐다. ‘로켓 배송’으로 쿠팡이 불을 당겼다. 온라인에서 ‘클릭’이 이뤄진 순간부터 얼마나 빨리 주문자의 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느냐의 싸움이 본격화된 것이다. 11번가가 오토바이 배송 스타트업인 바로고에 250억원을 투자키로 한 배경이다.

◆전방위 배송 전략 펼치는 11번가

11번가는 22일 바로고 지분 7.2%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이태권 바로고 대표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선다. 바로고는 근거리 물류 스타트업이다. 전국의 오토바이 ‘배송맨’들을 화주들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업체인 11번가의 이번 투자는 입점 상인들을 묶어두기 위한 포석이다. 11번가에서 상품을 파는 업체들에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의미다.

11번가는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와 작년 12월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전국 읍면 단위까지 뻗어있는 우체국망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에 우정사업본부 대전물류센터를 통한 풀필먼트(온라인 주문 즉시 배송까지 해주는 일괄 물류 서비스)도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CU도 11번가의 근거리 배송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그룹과 SK그룹은 ‘미래 유통’을 위해 2018년 손을 잡은 바 있다.

◆“입점 상인들 지켜라"

11번가를 비롯해 e커머스 업체들은 쿠팡발(發) ‘배송 전쟁’에 각자의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11번가로서도 2대 주주인 사모펀드 H&Q와 2023년까지 기업공개를 약속한 만큼 경쟁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에 170여 개의 물류시설을 지으며 ‘로켓 배송’망을 구축한 쿠팡은 앞으로 약 8700억원을 들여 전국에 7개 풀필먼트센터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쿠팡이 노리는 바는 네이버 쇼핑,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11번가에 있는 판매상들을 최대한 끌어오겠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은 이마트처럼 직매입 위주”라며 “전체 매출에서 약 10%에 불과한 제3자 판매 비중을 대폭 확대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도 직매입 중심에서 제3자 판매(2018년 기준 비중은 약 58%)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하면서 급성장했다. 쿠팡이 작년 하반기에 3자 물류를 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치열해지는 배송 전쟁

쿠팡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다.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100% 제3자 판매만 하고 있는 네이버 쇼핑으로선 쿠팡이 최대 경쟁자다. 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을 갖고 있는 CJ그룹과 지분 교환을 했다.

네이버는 종합 디지털 물류 업체인 메쉬코리아(브랜드명은 부릉)의 1대 주주이기도 하다. 부릉은 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로지스틱스(Logistics)를 통합하는 IT 물류 플랫폼을 구축 중으로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해 현대차(9.94%)도 부릉의 주요 주주다. 바로고의 경쟁사인 생각대로(운영회사는 인성데이타)에 지난해 10월 400억원을 투자한 곳도 네이버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들도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 계열의 SSG닷컴은 ‘네오’라는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110개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만들었고, 추가로 확대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인 롯데온은 물류 스타트업 PLZ와 제휴해 잠실 지역에서 ‘2시간 배송’ 등을 테스트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