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새로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 테헤란로의 한 암호화폐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5712만8000원으로 표시돼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새로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 테헤란로의 한 암호화폐거래소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5712만8000원으로 표시돼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19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의 한 농협은행 지점. 은행 창구는 새로운 계좌를 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점포의 지점장은 “최근 들어 자유입출금식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이 몰려들어 매일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지난 1월부터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계좌를 개설한 사람은 대부분 30·40대 전문직으로 이들이 거래 관계가 없던 농협은행을 찾는 배경은 비트코인 투자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농협·신한·케이뱅크만 계좌 늘어

'비트코인' 어느새 6000만원…케이뱅크 1월 신규계좌 14배 폭증
농협은행 전체적으로는 1월 하루 평균 4590개의 자유입출금식 계좌가 열렸다. 이달 들어선 하루 평균 5470건으로 늘었다. 농협은행은 주요 암호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에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들이 빗썸과 코인원에서 암호화폐 거래 대금을 넣고 빼려면 농협은행 계좌가 필요하다. 암호화폐거래소는 농협은행으로부터 전달받은 계좌번호를 통해서만 비트코인 등의 거래를 허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와 강남권 등에서 계좌 개설 건수가 특히 늘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횡보하면서 비트코인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제공하는 농협은행 케이뱅크 신한은행에서 새로 발급된 개인 계좌는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140만 건을 기록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한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지난달 새로 가입한 회원이 28만 명으로 1년 전(2만 명)보다 14배 많아졌다. 케이뱅크 회원이 되려면 반드시 한 개 이상의 입출금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지난해 7월 대출 영업을 재개한 시기(10만 명)보다 증가폭이 컸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달 신규 계좌 28만 건은 대형 은행 한 곳의 신규 상품 개설 건수와 맞먹는 숫자”라고 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비트코인 시장 활황이 회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거래소와 연관이 없는 은행들의 신규 계좌 건수는 30% 줄었다.

어게인, 2017년 비트코인 열풍

최근 비트코인 시장에는 호재가 잇따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8일 보유현금의 약 8%(15억달러)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앞으로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는 발표도 줄을 이었다. 반면 주식시장은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다. 19일 사상 최고가인 5933만5000원(빗썸 기준)을 기록해 1년 전 비트코인 가격(1194만원)의 다섯 배에 육박했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시가총액이 많은 이더리움 가격도 214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올랐다.

암호화폐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국내 거래소에 유입되는 회원도 갈수록 늘고 있다. 빗썸의 전년 동월 대비 회원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53%에서 12월 63%로 높아지다 지난달에는 760%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거래액도 지난해 11월 2조7701억원, 12월에는 5조876억원으로 뛰더니 지난달 12조8069억원으로 폭증했다.

2017년 시작돼 2018년 초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광풍’이 국내에 다시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회사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19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의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원화 비중은 달러화와 엔화, 유로화에 이어 네 번째(4.33%)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는 건 비정상적 현상”이라며 “규제가 도입되고 투명성이 강화되면 ‘튤립 광풍’처럼 갑자기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