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오는 4월부터 ‘구형 실손의료보험(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18.9% 올린다.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10% 중반에서 보험료를 올릴 계획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팔린 상품으로 일반적으로 치료비의 100%를 보상해 준다.

팔수록 손해난다는 실손보험

1세대 실손보험료 최대 18.9% 오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전날 2020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1세대 실손보험료를 업계 최대폭인 18.9% 인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험료를 올려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율)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2019년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1세대 실손보험 평균 인상률이 9%에 이를 때 2.1% 내렸고, 지난해에는 2~3%포인트 정도 낮게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1세대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온 점을 감안해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15~17% 인상할 것으로 예고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1세대 실손보험 인상률을 제시했다가 ‘20% 정도 삭감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당초 삼성화재도 올해 24%가량을 올릴 계획이었으나 18.9%로 낮췄다. 실손보험은 개인 가입자가 3400만 명에 이르는 ‘국민 보험’이어서 금융당국 의견이 인상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1월에 인상된 표준화실손(2세대 실손)의 인상률은 10~12%였다. 2세대 실손은 보험가입자가 치료비의 10%만 부담(자기부담률)하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내주는 상품으로 2009년 10월~2017년 3월에 판매됐다. 착한실손 또는 신실손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은 올해 보험료가 오르지 않았다. 자기부담률이 급여(국민건강보험 적용) 10~20%, 비급여 20~30%다.

가입자 3분의 2, 보험금 청구 0건

금융위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허용한 것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전체의 손해율은 130%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아 130만원 이상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2019년엔 납입 보험료와 지급 보험금의 차이가 2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손해보험사들이 법정 상한선(25%) 수준까지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보험가입자도 불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0%의 인상률이 8년간 이어지면 지금보다 보험료가 두 배로 오른다”며 “보험사의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가입자들의 부담을 낮추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약 66%가 보험금을 한 건도 청구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상위 5개 손해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2조2486억원)이 전년 대비 22.7% 늘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실손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오는 7월에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도록 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타지 않았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할인되는 상품이다. 대신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을 넘으면 보험료가 네 배로 오른다. 극히 일부 가입자가 의료서비스를 과다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기초한 보험이다. 비급여의 자기부담률도 특약 여부와 상관없이 30%로 높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보험료가 상승한다면 병원 이용 빈도를 따져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