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정부에 손을 벌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각국 정부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지분과 감독권을 요구해 기업과 마찰을 빚었다. 한국에선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본 기업에 이익을 공유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으로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업종은 항공산업이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이탈리아의 알리탈리아, 포르투갈의 탭 항공 등은 정부 지원을 대가로 지분을 넘겼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5월 독일 개발은행과 정부기업구제 펀드 등으로부터 90억유로(약 12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지분 20%를 넘길 것을 요구했다. 루프트한자의 지분 15.5%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인 하인즈 헤르만 틸레 크노르 브렘즈 회장은 “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감독위원 의석 두 개도 갖겠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루프트한자 주주총회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알리탈리아와 탭 항공은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다. 알리탈리아는 2017년 파산한 후 이탈리아 정부가 51%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로 새 주인을 찾았지만 코로나19로 매각이 무산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5월 알리탈리아에 30억유로(약 4조원)를 추가로 투입했다. 탭 항공도 코로나19 이후 정부 지분율이 50%에서 72.5%로 높아졌다.

한국도 정부 주도로 항공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자 산업은행 주도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해 주요 주주가 됐다.

항공과 해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기간산업안정기금도 기업의 지분 취득을 요구할 수 있는 형태로 마련되면서 기업들이 자금 지원을 꺼리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안기금의 실제 지원액은 6%인 2조4300억원 선에 그친다.

최근에는 정치권이 이익공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익을 얻는 것을 평가하기 어렵고, 말은 자발적 참여이지만 사실상 강제가 될 공산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에서도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기업의 경영 활동과 국가별 협상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자금을 공여받은 정부에 더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회사가 나오고 있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