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용 교수 "한은에 고용안정 역할, 적절치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박웅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지난 4일 한국경제학회가 주관한 제38회 청람상을 받은 뒤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람상은 탁월한 연구 실적을 거둔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국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한 ‘제9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청람상도 수상하면서 박 교수는 국내 경제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로 떠올랐다.

박 교수는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분석은 뒤로 밀어둔 채 최근 정치권이 나서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한국은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한은의 기준금리로 고용률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한은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한은 설립 목적을 추가한다면 고용안정보다는 국내총생산(GDP) 안정 등을 넣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2011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대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뒤 2016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불확실성이 신흥국 금융시장·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 왔다. 최근에는 Fed가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내린 데 이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한 데 주목하고 있다. 통화·재정정책의 국내외 파급 경로 및 효과를 분석한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을 ‘저널 오브 머니터리 이코노믹스’ 등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며 명성을 얻었다.

박 교수는 “나라 밖,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 대해 학부생 시절부터 관심이 높았다”며 “대외 충격이 한국 등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에 기여하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로서 일반인들이 순수 경제학에 관심이 멀어지는 데 대한 고민도 내놨다. 그는 “경제학이 발전하면서 이론 검증 체계가 고도화하는 등의 이유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경제학회와 한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제학적 지식을 쉽게 제공하려는 노력이 늘어나는 만큼 경제학과 국민의 틈이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