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8일 특별 배당 실시와 향후 3년간 배당 규모 확대를 발표한 것은 대주주와 소액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 이 부회장이 내야 할 주식 상속세만 11조원에 이른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배당 확대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에 소홀했다간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주주·개미 모두 '배당 서프라이즈'…국민연금, 1조2500억 받아 최대 수혜
이번 특별 배당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보통주 6억3869만 주, 우선주 85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4분기 배당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보통주에서 1조2339억원, 우선주에서 164억원 등 총 1조2503억원이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들이 받을 배당금도 상당하다. 이 회장(보통주 4.18% 보유)과 이 부회장(0.70% 보유)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각각 4828억원과 812억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22% 하락한 8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특별 배당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에 조정장에서 하락을 막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향후 3년간 특별 배당 지급 기준을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내’로 유지하고, 연간 기본 배당금 상승폭을 2000억원으로 정한 것이 시장의 기대에 다소 못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9만원대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특별 배당을 받으려면 작년 말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했기 때문에 오늘 주가에는 일종의 배당락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길게 보면 호재”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아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추가 배당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성장성에 배당 매력이 더해진 만큼 장기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송형석/전범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