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1년 장사는 겨울에 성패가 판가름난다. 겨울 제품 단가가 비싸 연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말부터 1월에 걸쳐 하는 세일은 재고 물량을 줄이고, 다음 시즌 신제품 생산과 마케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요하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션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겨울 장사에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과 홈쇼핑업체들은 연말 적극적인 세일 행사에도 불구,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올겨울 패션부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24%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겨울장사 망친 패션업계…해외 명품만 웃었다
여성복 매출 감소가 컸다. 롯데백화점 여성복 매출은 작년 11월엔 전년 같은 달보다 15.0% 줄었고 12월엔 감소폭이 24.0%까지 커졌다. 1월 들어서도 22일까지 17.0%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여성복 매출도 전년 대비 월평균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올겨울이 지나면 사업을 접는 브랜드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내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옷이 안 팔리면 할인할 수밖에 없고 그것마저 신통치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며 “올겨울이 지나면 브랜드를 접는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 사업을 접기로 했다. 빈폴액세서리도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다.

반면 해외 명품 시장은 ‘패션 불황’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11월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23.0% 늘었다. 소비자들의 명품 쇼핑은 계속돼 12월과 올 1월 매출이 각각 16.0%, 14.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7%, 30.1%, 19.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석 달 동안 꾸준히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세 백화점의 전체 패션부문 매출이 10~20%씩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경기 침체일수록 소소한 소비는 줄어들고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명품 수요는 늘어나는 ‘베블런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홈쇼핑에서도 두드러졌다. 현대홈쇼핑의 1월 여성복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2.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명품 매출은 221.7% 급증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럭셔리 브랜드는 두 자릿수씩 성장하는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계속 매출이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노유정 기자 spop@hankyung.com